“돈 내야 징역 면한다”...동남아 골프여행 중 성매매 상황극 벌여 13억 갈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는 지난 6월 하순 골프 모임에서 알게 된 60대 사업가에게 동남아시아 국가 캄보디아로 골프 여행을 하자며 유인해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체포되는 것처럼 상황을 연출한 뒤 수사 무마 명목으로 13억원을 갈취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함정(setup) 범죄’를 기획한 총책 박모(63)씨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공갈)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이중 4명을 구속했다. 또 피해자한테 갈취한 돈을 세탁한 혐의로 김모(50)씨 등 3명도 검거했다고 밝혔다. 상황극 연출을 위한 현지인 포섭 역할을 한 한국인 브로커 주모(51)씨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적색수배 명령을 한 상태다. 경찰은 상황극에 동원된 현지인들에 대해서는 인터폴을 통해 캄보디아 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박씨(63)는 평소 골프모임을 통해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범행대상으로 선정한 후, 범행 수 개월 전부터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 주씨를 통해 상황 연출에 필요한 현지인들을 포섭했다고 한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10년 넘게 마사지샵을 운영하며 체류한 것으로 알려진 주씨는 경찰로 추정되는 현지인 6명을 포섭하는 대가로 총 8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6월 30일 캄보디아로 떠난 골프여행에는 박씨와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공범 A씨도 함께 했다고 한다. 7월 4일 저녁 박씨와 피해자를 포함한 골프모임 일행 6명은 현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여성들을 만났다. 다음날 골프 일정을 마치고 이동중 주유소에 들른 사이 박씨가 브로커를 통해 포섭한 현지인 6명이 나타나 피해자와 A씨를 성매매 혐의로 체포한다면서 이들을 경찰관서로 연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행 후 실제로 취조 과정은 없었으나 박씨와 통역으로 고용된 또 다른 공범이 피해자에게 “성매매 혐의로 5~10년 동안 징역살이를 할 수 있다” “수사를 무마하려면 백만달러(한화 약 13억원)을 줘야 한다”며 공갈한 끝에 피해자는 3차례에 걸쳐 13억원을 공범의 한국 계좌로 송금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귀국 후 피의자들은 은행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범죄 수익금을 모두 현금화하고 수익을 분배했다. 피해자가 의심 품기 시작하자 합의금을 공동분담하자며 범죄수익금 중 일부인 5억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어 신고를 막으려고도 시도했다. 총책 박씨는 과거에도 마약, 도박 등에 연루돼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범죄수익은 채무 상환과 도박자금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현지 경찰로부터 풀려난 후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던 중 다른 한인으로부터 “캄보디아 경찰이 돈을 받는 건 맞지만, 준 금액이 너무 큰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은 7월 중순 피해자의 피해 사실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함정(setup) 범죄’는 피해자가 직간접적으로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있어 처벌을 우려해 신고를 잘 할 수 없다”면서 “이런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므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며, 형사처벌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적극적인 신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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