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징역 살기 싫으면 돈 내야”···체포상황 연출해 13억 갈취
“미화 100만 달러를 줘야 풀려날 수 있어. 아니면 징역 10년을 살아야 해.”
지난 7월 골프모임 회원들과 캄보디아로 골프 여행을 떠난 60대 사업가 A씨는 숙소로 이동하다 난데없이 캄보디아의 한 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 등 꼭 현지 경찰처럼 보이는 이들이 A씨의 여권사진을 들이밀며 경찰서로 끌고간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A씨에게 통역가와 일행들은 전날 저녁 자리에서 만난 여성들을 언급하며 A씨가 성매매에 연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 성매매는 합의가 어려우니 합의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면서 수사 무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현지 여성들과 성관계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일행은 “현지에서 징역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겁을 줬다. 5시간 동안 현지 언어도 못 하는 채로 경찰서 사무실에 붙잡혀있던 A씨는 일행이 ‘경찰에게 전달할 테니 돈을 입금하라’고 한 계좌로 13억원을 이체한 뒤에야 풀려났다. 한국에 돌아와 찝찝해하는 A씨에게 일행들은 “혼자만 안 좋은 일을 당한 것 같다. 돈을 모아서 피해를 보전해주겠다”며 5억원 가량을 전달했다.
알고 보니 A씨는 ‘셋업 범죄’ 피해자였다. 골프모임을 함께 떠난 일행이 A씨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계획적으로 속인 뒤 형사처벌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경찰 단속을 가장해 수사 무마 명목으로 13억원을 갈취한 총책 박모씨(63) 등 7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총책 박씨는 평소 골프모임을 통해 알고 지낸 A씨를 노려 돈을 갈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를 받는다. 박씨는 지난 4월부터 사업가인 A씨를 대상으로 범행을 계획한 뒤 캄보디아 현지 브로커를 통해 경찰로 추정되는 현지인들을 섭외하고 골프 여행에 동행했다.
김모씨(50) 등 3명은 박씨의 범죄수익은닉을 도운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귀국 후 은행 34곳을 돌아다니며 범죄수익을 현금화한 뒤 1억원씩 나눠가졌다.
경찰은 현지에서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섭외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현지 브로커 주모씨(51)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주씨는 캄보디아에서 10년 넘게 마사지샵 등을 운영하며 파악한 현지 사정을 토대로 박씨의 범행 계획을 지원했다.
체포 상황을 연출한 현지인들을 현지 경찰로 추정한 경찰은 캄보디아 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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