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죄 지었다"… 대전 스쿨존 참변 60대 징역 15년 구형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4명의 초등학생을 덮쳐 1명을 숨지게한 운전자가 지난 4월 10일 둔산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대전일보DB

대낮 대전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으로 배승아(9) 양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전직 공무원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20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방모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혐의 등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이 같이 요청했다.

검찰 측은 최종의견에서 "자식 잃은 부모를 가리켜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 눈이 멀 정도의 슬픔이라 표현하나 배 양의 유족들은 차원이 다른 깊은 고통일 것"이라며 "유족들이 다시 기억하기 싫은 이 사건을 법정에 출석해 여러 차례 진술한 이유는, 피고인을 엄벌해 다시는 배 양 같은 무고한 희생이 없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배 양과 함께 방 씨 차에 치인 다른 상해 피해자들의 정신감정서도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중 가장 경미한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학생도 정신감정 결과 위협적 죽음을 목격한 뒤 우울과 죄책감, 정신적 충격 등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족들은 악몽 같은 4월 8일 기억 속에 갇혀 있다"며 "대대적으로 이 사건이 공론화됐음에도 불과 한 달밖에 안 지났을 때 수원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7세 아이가 우회전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는 등 무고한 피해자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가해자들이 그에 걸맞는 처벌을 받지 못했다는 정보 때문"이라며 "입법부·행정부의 각고의 노력에도 여전히 음주운전 범행이 이어지는 만큼 최후의 보루는 적절한 사법권 행사"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8일 대전 서구 둔산동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배승아(9)양 음주운전 사망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학생들의 쪽지가 적혀있다. 대전일보DB

피고인 방 씨의 변론도 이어졌다. 방 씨는 연신 "죽을 죄를 지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방 씨는 "저로 인해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피해자 가족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도 "이렇게 사죄드리고 있는 것이 피해자 가족의 고통스럽고 아픈 마음에 미치지 못하고 부족하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수감돼 엄격히 제한된 공간 속에서 사고 당시 충격으로 매일 밤 악몽에 잠 못 이루며 하루하루 고통으로 피해자 가족과 함께 한다"며 "숨쉬는 것조차 견딜 수 없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배 양 유족들은 "감형을 받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배 양 오빠는 "피고인은 구속되기 전에 사죄보다는 오히려 변호사를 선임하며 본인 살 길을 먼저 찾았다"며 "또 현재 사죄문을 읽으면서도 똑같은 말을 반복, 저와 제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더 힘들게 가해하고 있다"고 했다.

배 양 어머니는 "이 자리에서 왜 제 딸을 죽인 사람의 변명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따라갈 수 없어 버티고 있는 사람들한테 감히 죽을 죄라뇨. 엄벌에 처해 달라, 어떤 사과도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방 씨에 대한 판결 선고는 내달 2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앞서 방 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0분쯤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서구 둔산동 한 스쿨존에서 연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 양 등 9-12세 어린이 4명을 들이받은 혐의다.

이 사고로 배 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방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