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로 끝나게 해줄게"···억대 뒷돈 받은 세관간부 '징역 9년'

[서울경제]

수사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며 해외로 외화를 불법 송금한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세관 간부가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천본부세관 조세국장 김모씨에게 징역 9년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김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1억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형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관세청 고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고 실제로 거액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세청의 수사와 관련한 직무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인데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외국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이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노리고 외화를 불법 송금한 A씨로부터 '서울세관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억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올해 3월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작년 4월 A씨의 청탁을 받고 '세관 단계에서 과태료로 종결해주겠다'며 6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서울본부세관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A씨는 수사 편의를 봐달라며 그해 7∼9월 3차례에 걸쳐 김씨에게 돈을 건넸다.

A씨는 4조원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별도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황민주 인턴기자 minch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