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횡령' 윤미향, 2심서 의원직 상실형…횡령액 8000만원 인정

1심 벌금 1500만원…대부분 혐의 무죄였지만
2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뒤집혀
법원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은 채 후원금 관리”

윤미향 의원이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피고인 윤미향은 (정대협) 자금을 관리하며 어느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만이 사용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선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판단됐는데, 2심은 이를 상당 부분 유죄로 뒤집었다. 해당 형이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마용주·한창훈·김우진)는 20일 윤 의원에 대한 2심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2심은 윤 의원의 횡령액을 총 8000만원 인정해 1심에서 인정했던 1700만원보다 약 5배 늘렸다. 윤 의원은 선고가 이뤄진 30분 동안 지긋이 눈을 감고 가끔 한숨을 쉬었다.

2심은 “윤 의원이 오랜 기간 개인 계좌로 자금을 관리해 어떤 명목으로 기부금 등이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윤 의원이 사용처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상 정대협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 등 1억7천만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집한 혐의 등도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은 “해당 모금비 대분이 정대협 사업 지원 등에 쓰여 장례 지원과 무관하게 쓰였다”며 “사실상 장례비 명목으로 사업자금을 모은 것과 다름 없으므로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 및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맡으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 등 1여억원을 217회에 걸쳐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횡령)를 받았다.

또한 국고보조금 3억원을 부정 수령하고(보조금법 위반), 허가 없이 41여억의 기부금품을 모집했으며(기부금품법 위반),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각종 상금을 본인 계좌 등에 기부하게 한 혐의(준사기),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높게 매입해 정대협에 손해를 가한 혐의(업무상 횡령), 안성쉼터에서 신고 없이 손님을 받아 숙박업을 한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을 받았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윤 의원은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결코 사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이 된 것도 인권과 평화를 위해 뛰어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지난 2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횡령 혐의만 일부 유죄가 인정됐는데, 횡령액도 검찰은 1억원 상당이라고 봤지만 1심 법원은 17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정대협의 계좌 자금은 다양한 목적으로 모금돼 목적을 하나로 제한하기 어렵고, 사용처가 정대협 활동에 직간접적이라면 횡령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7개 혐의에 대해선 전부 무죄였다. 보조금법 위반에 대해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부정한 방법을 썼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해선 “기부금품 사용 내역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고 했다. 이어 준사기는 “할머니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안성쉼터 숙박에 대해선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택했다.

하지만 2심은 이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뒤집었다. 8000여만원의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장례비 관련 기부금품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안성 쉼터 관련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길원옥 할머니 관련 혐의(준사기)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유지됐다.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등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금고형 이상(징역형의 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으면, 해당 형이 확정됐을 때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선고 직후 윤 의원은 취재진 앞에서 “(대법원에) 상고해서 무죄를 입증해나가려 한다”며 “(유죄로 뒤집힌 부분에 대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