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방관 면체세척기 부족…"유해물질 노출에 곰팡이까지"

보호구 2028대, 세척장비는 꼴랑 3대…보유대수 전국 꼴찌
규정 대수 28대 한참 못미쳐…세정티슈나 손빨래 등 궁여지책

사진=연합뉴스

대전지역 소방관들이 유해물질에 반복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소방관의 건강·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면체'를 세척하는 장비 보유 대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어, 소방관들의 손 세척에 의존하는 등 살균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면체 세척기는 2015년 소방장비 규칙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각 소방서의 필수보유 장비가 됐다.

하지만 대전소방본부에는 본부 호흡보호정비실에 구비된 1대 뿐이었으며, 2021년 9월 소방장비분류 등에 관한 규정 개정 이후 각 안전센터별로 최소 1대씩 보유가 의무화되자 부랴부랴 구매를 시작했다.

규정에 따라 28개의 안전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대전은 최소 28개의 면체세척기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현재 보유 면체 세척기는 본부 호흡보호정비실과 동부소방서, 119 특수대응단 등에 단 3대뿐이다. 대전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면체가 총 2028개인 점을 고려하면, 세척기 1대가 676대의 면체를 세척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체 세척기를 이용하려면 소방서가 월별 혹은 주별로 별도 계획을 수립해야만 해, 소방관들이 직접 손으로 세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방관 유모(26) 씨는 "화재가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면체를 수거해 세척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대부분 직접 물로 세척하거나 세정 티슈로 닦는 등 세척해 햇빛에 말려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살균소독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아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잘 안 마르는 경우엔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체 세척으로 인해 보호구 내부 코팅이 벗겨지게 되면서 시야 확보 등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면체는 투명한 플라스틱 보호구가 얼굴 부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구조로, 손으로 직접 세척하는 경우 면체 내부의 코팅이 벗겨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면체에 김이 서려 화재 현장에서 시야 확보에 불편함이 생기는 등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면체의 살균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방대원들의 보건상 문제가 심각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면체는 공기호흡기 부속품 중 하나로, 화재 현장에서 달라붙은 유해 물질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살균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방대원의 호흡기를 타고 폐로 들어가 건강상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센터별 면체세척기 보강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소방본부는 2025년까지 예산을 확보해 잔여 수량을 모두 확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