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올해도 못 웃을 것 같습니다

김양진 기자 2023. 9. 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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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 넘치던 농촌 마을에 웃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랩니다.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 특히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중립 면에서 농업을 부각할 지점이 많다고 봅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는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을 △식량의 안정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기업 중심으로만 탄소 중립 문제 등을 다룹니다. 농업은 업신여기고 홀대합니다. 농촌은 인구도 적으니까요. (2022년 기준 농가 인구 216만6천 명, 전체 인구의 4.3%)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농사지어 벌어들이는 소득은 점차 줄고 계속 부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도시 소비자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 언론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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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2022년 9월28일 전북 김제에서 만난 박흥식 농민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 도중 쓰러진 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흥이 넘치던 농촌 마을에 웃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랩니다. 수확 철 탈곡기에 벼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려도 웃을 수가 없습니다. 농민이 한 해 농사로 번 돈(농업소득)은 지난 20년간 오히려 떨어졌습니다(2002년 1127만원→2022년 948만원). 반면 비료·농약값, 인건비 등 농업생산비와 소비자물가는 엄청나게 올랐죠. 여기에 잦은 기상이변에 수해·병충해가 농민을 괴롭힙니다. 농민은 막막합니다. 농업정책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요? 농업·농촌을 지키려 만들어진 농림축산식품부는 왜 존재할까요? 농업을 보호·육성하는 건 헌법이 정한 국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제1433호 ‘갈아엎은 논에도 봄은 오는가’를 취재할 때 만난 전북 김제 박흥식 농민(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에게 2023년 9월14일 전화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올해 농사 어땠나요?

“정부에서 벼 대신 논콩을 지으래서 논의 30% 정도는 논콩으로 전환해 지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에만 세 차례 벼랑 논콩이 물에 잠겼어요. 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보상은 한다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관에 물어봐도 아직 정확히 결정이 안 됐다고만 하네요.”

—수해 등으로 생긴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요?

“얼마 전 피가 보여서 뽑으려고 논에 들어갔더니 파밤나방 알 수천 개가 있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어요. 평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거 같아요. 이게 부화하면 (벼나 논콩은) 전멸하는 거죠. 더구나 파밤나방 문제는 한 번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발생한다는 거예요. 침수되더니 바이러스 병도 엄청나요. 피해가 심한 곳은 50%도 못 건질 것 같아요.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탓이죠. 그러니 농약도 많이 안 쓸 수가 없어요. 아마 내년엔 더 써야 할 겁니다. 농협에 농업경영비를 미리 약정해놓고 비료·농약을 타다 쓰는데, 지난해처럼 2천만원을 미리 냈는데, 초과했으니 더 내라 하더라고요.”

—지난해엔 사상 최악으로 쌀값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어떤가요?

“수확량이 적어서 오를 기미가 있기도 한데, 쌀을 사는 구매자가 정부를 못 믿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어차피 2024년 4월 국회의원선거 끝나면 공공비축미 풀어서 쌀값 떨어뜨리려 할 텐데 부담 된다’고들 해요. 결국은 물가 잡는다고 제일 때려잡기 쉬운 농산물값부터 손보려 한다는 걸 경험상 아는 거죠. 8월에 벌써 공공비축미 5만t을 풀기도 했잖아요.”

—<한겨레21> 등 언론에 하실 말씀이 있나요?

“농업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 특히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중립 면에서 농업을 부각할 지점이 많다고 봅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는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을 △식량의 안정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기업 중심으로만 탄소 중립 문제 등을 다룹니다. 농업은 업신여기고 홀대합니다. 농촌은 인구도 적으니까요. (2022년 기준 농가 인구 216만6천 명, 전체 인구의 4.3%)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농사지어 벌어들이는 소득은 점차 줄고 계속 부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도시 소비자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 언론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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