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횡령’ 윤미향 2심서 징역형, 확정 땐 의원직 상실...“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개인계좌 모금도 유죄”(종합)

1심서 벌금형 받았으나 항소심서 의원직 상실형
재판부 “8천만원 횡령했다” 인정액 5배 늘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일부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58) 무소속 의원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재판부가 무죄로 봤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횡령 인정액도 5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 한창훈 김우진)는 20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윤 의원은 2011~2020년 217차례에 걸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자금 1억35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기소됐다. 정대협은 정의연의 전신이다. 2015~2019년 정대협(26억8000만원)·정의연(13억2000만원)·김복동의희망(1억원)·개인계좌(1억700만원) 등 미등록 계좌로 기부금품 41억원 상당을 모집한 기부금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현행법상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시·도지사에 기부금 단체로 등록해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2013~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서울시를 속여 박물관 사업, 피해자 치료 사업 등 명목으로 보조금 3억6570만원을 부정 수령한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도 있다. 치매 증세가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길원옥(95) 할머니를 이용해 2017~2020년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한 준사기 혐의도 제기됐다.

1심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제기된 8개 혐의 가운데 1700만원가량의 업무상횡령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출 일부에 대해) 영수증을 제출 못한 사실만으로는 횡령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정대협 자금은 다양한 목적으로 모금돼 모금 목적을 하나로 제한하기 어렵고, 정대협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됐다면 횡령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 벌금형→집행유예 판단, 뭐가 갈랐나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라고 판단했던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6520만원 부정 수령 ▲김복동 할머니 장례금 1억3000만원 유용을 유죄라고 봤다. 정대협 자금을 개인계좌 등에 보관한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횡령액이 1718만원으로 봤으나 2심 재판부는 5배 수준인 80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윤 의원이 이사장을 지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자금 2000여 만원을 윤 의원 개인 계좌에 보관한 부분,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운영하는 마포 쉼터 소장 손모(수사 중 사망)씨의 계좌에서 관리하던 정의연 자금 3800만원 등도 횡령이라고 본 것이다.

① 여가부 보조금 부정 수령 무죄→유죄

윤 의원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내면서 2014년부터 작년 4월까지 ‘위안부 피해자 치료 사업’ 등에 인건비 보조가 필요하다면서 6520만원을 탔다. 검찰은 보조금 일부가 다른 곳에 사용됐다며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여가부 보조금을 인건비가 아닌 정대협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기망 및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인건비 지급이라는 용도대로 보조금이 사용되지 않으면 해당 금액을 반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조금은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다른 용도로 전환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② 김복동 할머니 장례금 유용 무죄→유죄

김복동 할머니 장례금 모금에 관한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도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다. 윤 의원은 김 할머니 장례금 명목으로 1억2967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모금 활동이 할머니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사회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졌고, 장례식의 특성상 사전에 모집 계획을 세워 기부금등록 신청을 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 계좌로 모금한 1억2967만원은 사용처가 대부분 시민단체 후원, 정의연과 정대협 관련 사업 지원 등으로 장례 지원과 관계가 없다고 판시했다. 모금 목적과 무관한 사용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행위는 조의금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기부금품의 적정한 사용을 담보하기 위한 기부금품법 규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③ 업무상 횡령액 1718만원→8000만원

업무상 횡령액 역시 늘었다. 1심에서는 횡령액을 약 1718만원으로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7957만6028원이라고 봤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 돈 1억여원을 ▲개인 계좌 ▲정대협 법인 계좌 ▲정의연 관계자 개인 계좌에 보관한 뒤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가장 크게 늘어난 부분은 정의연 관계자 개인 계좌에 보관한 3820만원을 정대협 자금으로 보고 횡령액으로 인정한 것이다. 1심에서는 이 관계자 개인 돈으로 판단해 무죄라고 선고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정대협 소유 자금이라고 봤다. 윤 의원 개인 계좌 횡령액도 1123만6810만원(1심)에서 3247만599원(2심)으로 1.8배가 됐다. 정대협 법인 계좌 횡령액은 594만6950원에서 890만7450원으로 50% 늘었다.

윤 의원이 후원금 중 42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요가 강사비로 쓴 부분은 2심에서 유죄로 바뀌었고, 마사지 업소에서 9만원을 사용한 부분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수입 지출에 대해 장부를 적지 않았고 증빙자료를 정리하지 않아 누가 얼마를 기부했는지 윤 의원 외에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2심 재판 통해 제 무죄를 충분히 입증하려 최선을 다해 자료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을 상세히 검토한 뒤 상고해서 무죄를 다시 한번 입증할 것”이라며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기부금품법 위반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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