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보편 가치 '인권'…미국의 이중잣대
미국은 해마다 각국의 인권 실태를 담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비정부기구 조사 등을 바탕으로 하는데 세계 인권 선언과 기타 국제 협약 등 국제적으로 인정된 개인적, 시민적, 정치적, 근로자적 권리를 다룬다는 게 미 국무부의 설명입니다. 미 국무부는 1961년 제정된 대외원조법과 1974년 제정된 무역법에 따라 원조를 제공받는 모든 국가들과 모든 UN회원국에 대한 인권 보고서를 작성해 미 의회에 제출합니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한다는 차원이지만 평가(?) 대상에 오른 국가들 입장에서는 이를 달가워할 리 없습니다. 특히 패권 경쟁국인 중국이나 적대 관계인 북한 등은 마약 중독이나 노숙자 문제 같은 미국 내 상황을 예로 들며 '너나 잘 하라'는 식으로 곧장 맞받아 치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우방국의 경우 직접 불쾌감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보고서 내용이라도 나올까 부담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사우디 '공생 관계'…그 이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특수관계입니다. 시작은 루즈벨트 대통령이었습니다. 2차 대전을 겪으며 석유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인지한 그는 1945년 얄타 회담 후 이븐 사우드 사우디 초대 국왕과 만나 미국 회사가 사우디 내 석유 개발을 전담하도록 합의했습니다. 실제로 종전 후 석유 수요는 폭증했고 사우디의 중요성은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건국 문제로 불안을 느낀 사우디는 미국에게 안전 보장을 요구했고 트루먼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는 편지를 써주면서 미국은 석유를, 사우디는 안전을 보장받는 관계가 성립됐습니다.
8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최근 미국과 사우디의 불화가 대표적입니다. 발단은 인권 문제였습니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크지의 살해 배후로 지목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문제 삼으며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왕세자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결과는 '주먹 악수 굴욕'이었습니다.
사실 전문가들이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딜레마로 꼽는 게 바로 사우디와 이란입니다. 가치 동맹을 추구할 만큼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사우디 보다는 이란과 더 가까워야 한다는 겁니다. 사우디는 절대 군주제로 인권 문제에 관한 한 많은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미국 역시 인권 보고서를 통해 정당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국에 의해 살해 행위와 강제 실종, 표현의 자유 제약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사우디, 군사 동맹 논의"…상대 따라 달라지는 '인권' 가중치?
미국 의회에서는 아직도 사우디를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가 안정은 최우선 과제입니다. 자신의 정치 인생 동안 인권을 강조해 온 그이지만, (심지어는 지금 갈등을 겪고 있는 빈 살만 왕세제를 인권 문제로 직격 했던 게 바로 자신이었지만) 보편 가치만으로는 끌고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 정치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미국의 필요에 따라 각국에 적용하는 '보편적 가치, 인권의 가중치'가 달라진다면 이를 납득할 나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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