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활비 지원받던 이균용 딸, 펀드엔 수천만원 투자”

국내 머물던 시기에도 매년 1만달러 해외송금 받아
본인 명의로 국내 펀드 계좌 개설해 9000만원 투자
자금 출처 불분명해 세금 회피 ‘편법 증여’ 의혹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던 도중 무거운 표정으로 안경을 치켜올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장녀가 생활비 지원 명목으로 해외송금을 받던 시기에 국내 펀드에는 수천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편법으로 증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첼리스트로 알려진 이 후보자의 장녀 A씨는 코로나19 탓에 국내에 머물며 활동하던 2020년~2022년에도 매년 1만 달러의 해외송금을 받았다. 2021년에는 본인 명의로 국내 펀드 계좌를 개설해 9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기간 펀드 등 장녀의 재산이 늘어난 경위에 대해 “해외에서 활동하던 딸이 코로나19로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소득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A씨가 벌어들인 소득은 총 3123만원(사업소득 719만원·배당소득2400만원 등)으로 펀드 투자 금액인 90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또 김승남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A씨가 국내에 체류하던 기간에도 후보자의 배우자가 A씨 해외 생활비 명목으로 2020년 1만달러, 2021년 1만달러, 2022년 9000달러 등 총 3374만원에 달하는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데도 생활비 명목으로 해외송금을 통해 증여한 자금은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로 엄격히 감시하는 증여세 탈루 사안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전날 “딸이 힘들게 집도 없이 외국을 떠돌며 연주가로서 활동하는데 도와주는 정도의 생활비였기 때문에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몇 년간 딸의 국내 자산이 증가한 것은 배우자가 관리한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에 생활하는 사람에게 연간 5만달러 이내 금액을 주는 것은 세법상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세 대상이라고 하면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했다.

김승남 의원은 “딸의 억대 금융자산을 부모가 관리하고, 국내 자산은 증가하고 있는데 해외 생활이 어려워 부모 돈으로 생활비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딸에게 해외 송금한 자금을 다시 국내 투자금으로 이용해 증여세를 회피하는 편법증여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2014년 이미 각 자녀에게 증여세 면제 한도인 5000만원을 증여했다”며 “후보자는 편법 증여로 의심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소명하고, 편법 증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동안 신고하지 않은 증여세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