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우편으로 합성대마 밀반입...기지내 유통 미군 등 무더기 검거

경기 평택경찰서. /경기남부경찰청

군사우편을 통해 미국에서 마약을 들여와 국내 미군기지에서 유통한 주한미군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주한미군 A(24) 씨 등 22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유통책 B(33·필리핀 국적)씨와 C(27·한국인) 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이외에 미군 17명, 한국인 3명 등 20명도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A씨 등은 주한미군 군사우체국을 통해 밀반입한 합성대마 350㎖를 판매·유통하거나 구입해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평택 캠프 험프리스 소속 미군인 A씨는 액상 합성대마와 전자담배 액상을 구별하기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해 플라스틱 통에 담아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반입한 합성대마는 B씨, C씨 및 다른 주한미군 등 판매책 7명을 거쳐 캠프 험프리스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 소속 미군 등에게 유통됐다.

경찰은 미 육군범죄수사대(CID) 측으로부터 미군기지 주변에서 합성대마가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의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또 평택과 동두천 소재 미군기지를 4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한 끝에 A씨 등 22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마약 판매대금 1만2850달러(1670만원 상당), 혼합용 액상 4300㎖, 전자담배 기기 27대, 합성대마 80㎖를 압수했다. 또 미국 본토에서 합성대마가 발송된 경위 등 밀반입 경로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미군 군사우체국에 반입되는 물품은 협정에 따라 금지 물품으로 의심된다고 해서 바로 개봉 검사할 수 없으며, 미국 우편당국과 합의 없이 우편 경로에서 분리할 수도 없어 마약 유입경로로 악용되기 쉽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합성대마는 전자담배 기기를 이용해 흡연하는 방식이어서 적발이 쉽지 않으나 미군 당국의 내부 자정 노력과 우리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로 현직 미군 피의자 등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군사우편을 마약의 밀반입 경로로 악용하는 방식의 범행을 막기 위해 미 육군범죄수사대와 공조하며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