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극한기후 시대에 맞는 산사태 예방대책

2023. 9. 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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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
김인호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

(대전ㆍ충남=뉴스1) = 지난 7월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를 넘어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다”고 선언하면서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뉴스나 신문에서 올해 처음으로 등장한 '극한' 이라는 용어와도 밀접하다. 기온, 강수, 바람 등 다양한 기후요소의 통계적인 범위가 상위 5% 또는 하위 5% 내에 해당하는 기후 현상을 가리켜 극한기후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극한기후는 그보다 훨씬 더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기온, 폭염, 한파, 가뭄, 호우, 강풍, 태풍, 산불, 홍수 등 여러가지 형태의 극한기후가 있지만 폭염은 전국민 누구나 공감하고 실감하고 있는 극한기후 중 하나일 것이다.

불볕더위가 한반도를 달구던 지난 8월 1일부터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경우 기대와는 달리 장마 이후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영국 스카우트가 현장철수를 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행안부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을 위한 비상 2단계를 발령해 가동하기도 했다.

폭염만큼이나 극한기후 형태로 나타난 것이 또 있다. 바로 극한호우다. 지난 6월25일부터 30일 넘게 이어진 장마는 강수량과 강우강도를 고려했을 때 역대 1위라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다. 특히, 연강수량의 3분의 1이 엿새 만에 쏟아지는 등 이례적인 역대급 장마로서 극한강우라는 표현이 이때 등장했다.

한반도로 몰려오는 태풍 또한 유례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10일과 11일에 걸쳐 한반도를 동서로 양분하며 지나간 태풍 ‘카누’는 한반도를 종단한 첫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이상기후 여파 중 하나로 아직까지 실종자를 찾지 못하는 등 큰 상처를 남긴 것이 산사태다. 폭염과 강우 모두 인명피해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점과 달리, 산사태는 한 밤중, 수십년간 흙도 흘러내린적 없던 야산, 혹은 산사태가 발생해도 피해영향 범위라고 생각지 못했던 저 아래 마을까지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무서운 재해 중 하나이다.

올해 장마기간 중 일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한 지역 중 하나로서 산사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곳은 충남과 경북이다. 기상청은 평년 장마철에 비해 장마기간은 비슷했던 반면 이례적으로 강하고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행안부 주관으로 중앙재난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은 잠정 7곳으로, 총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산사태의 93%가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며,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를 낸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산사태취약지역은 2023년 6월말 기준 2만 8000여 곳이나, 이곳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5년 평균 약 7%로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관리가 더 많은 산사태를 막았다는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언론과 산림청 모두 산사태취약지역이 전체 산림면적의 0.7%에 불과해 취약지역 지정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산사태취약지역은 1.8개소/㎢인 반면, 우리나라는 0.5개소/㎢로 일본의 27%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사방사업과 같은 산사태 예방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공무원과 산사태현장예방단이 투입되어 연 2회 이상 현지점검 후 배수로 정비 등 긴급조치를 실시하고 있어 산사태를 예방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거주민의 비상연락망도 구축해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 발령시 대피안내 등 집중관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극한호우가 일상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 산사태우려지역에 대한 조사와 취약지역 확대지정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산사태 피해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산사태 재난으로부터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집중적으로 관리를 실시하는 산사태취약지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

산림청은 지금까지는 생활권 주변 ‘임야’에 대해만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해왔으나, 산림에 있는 농지 등 토지를 포함시키도록 관련부처와 협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산사태 발생지로부터 2km까지 토석류가 흘러내려와 피해를 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토석류 피해가 우려되는 영향권역도 산사태 관리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산사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관리해야 한다.

산사태위험정보, 산사태 예측정보, 산사태 예보발령 등 산지 위주로 운영되던 ‘산사태 정보시스템’에 타부처에서 관리하는 농지, 도로, 급경사지 등 산림 연접지역 사면을 통합해 재해 위험지를 관리하는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 정보시스템’으로 개편한다.

그동안은 산사태위험지도가 예보에 활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산사태위험지도를 활용한 과학적인 예보체계를 구축한다. 극한호우 등 최근의 이상기후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산사태위험도를 개발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의보와 경보 2개 단계의 예보체계에서 ‘예비경보’를 추가해 주민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문자 위주로 재난정보를 전파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많은 농·산촌 특성을 고려해 ‘휴대전화 마을방송’ 등 전파수단을 다변화하고, ‘산사태 대피소’를 수시 정비하는 한편, 이·통장, 임업인 등을 대피 현장인력을 활용해 주민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같은 이상기후가 더욱 빈번해지고 일상화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방사업과 같은 구조적 대책과, 시스템구축과 같은 비구조적 대응 체계를 잘 갖추어 놓는다 하더라도 산사태는 자연재난이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산사태 발생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피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정책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산사태 재난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고 평소에 산사태 대피소가 어디인지,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은 무엇인지 익혀두어야 한다. 특히, 대피명령이 발령되었을 때는 신속하게 공무원들의 요청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pcs42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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