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쪽 육박 이재명 영장 청구서…"무기징역까지 가능"
쌍방울 대북송금‧백현동 의혹 구속영장 청구서
이화영 '210회' 최다 적시…김성태 160회 적시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관계를 집중 할애했다. 백현동 의혹에서는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이 대표의 증거인멸이 이미 현실화됐다며 구속 필요성도 강조했다.
20일 <더팩트>가 확보한 143쪽 분량의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다수 범죄 처리 기준에 따른 경합범 가중 시 이 대표에게 11년 이상 36.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도 적었다.
◆ "이재명, 문재인 방북수행단 배제돼 '독자노선' 모색"
검찰은 이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배제된 후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할 특별수행단 선발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지만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달리 제외되면서, 중앙정부와 별개로 대북정책을 독자적으로 달성할 방안을 모색했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을 위해 대북정책을 추진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대북정책 성과가 중요한 정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남북교류협력사업 공약을 제시하는 등 대북사업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사전보고 체계'도 주목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도지사 취임 직후 도정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모두 보고받는 체계를 확립시켰다"며 "특히 평화정책사업은 별도로 '정기적 보고'를 받는 등 도내 대북사업 정책도 빠짐없이 보고받으며 지시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북한에 자신의 방북 초청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자신의 직인이 찍힌 경기도 공문을 작성해 북측에 보내는 방법으로 자신의 방북 초청을 지속적‧반복적으로 북측에 요청했다"고 했다.
◆이화영 '210회' 최다 적시…"이재명에 수시로 대북사업 보고"
이 대표의 영장청구서에 가장 많이 적시된 사람은 이 전 부지사였다. 검찰은 "이 대표는 지자체 최초로 평화부지사를 신설해 이화영을 임명하며 북한과 인접한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강조해왔다"며 "이화영은 취임 이후 수시로 이 대표에게 대북사업 중요사항을 보고했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납 경과도 보고했음이 자명하다"고 썼다.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에게 대북송금 대납을 설득한 내용도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500만 달러 대납을 요구하며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지원이 어려운데, 쌍방울 내의를 중국에서 판매해 자금을 마련한 후 그 돈으로 북에 대납해주면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할 수 있다"라 "제재가 풀리면 500만 달러가 '5조'가 될 수 있으니, '5000만 달러'라도 베팅하라. 그럼 이재명 지사가 생각해주지 않겠냐"고 설득했다.
김 전 회장에게 이 대표의 방북비 대납을 요구할 때 "지사와 동행 방북해 북측과 한 협약식 내용을 공개하면 쌍방울그룹은 '30대 재벌'이 무조건 된다"며 "방북이 반드시 추진돼야 하니 되는 쪽으로 진행하자"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을 '해결사'로 활용했고,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에게 '베팅'했다며 양측 관계를 부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김성태를 해결사로 활용했고, 김성태는 쌍방울 그룹의 명운을 이재명에게 베팅하며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며 "이는 부패한 선출직 공직자와 부패한 기업인이 결탁한 후진적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고 적시했다.
이어 "김성태는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에 100억 원이 넘는 '블랙머니'를 상납한 것도 모자라 대선 경선에서 '쪼개기 후원'으로 1억 원 이상 불법 정치자공을 제공했다"며 "그럼에도 이재명은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밖에 없다'며 김성태와 관계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백현동 의혹 "선거 브로커와 불법적 공생관계로 범죄 품앗이"
검찰은 이 대표의 백현동 의혹은 '선거 브로커와 불법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백현동 개발을 통해 최소 200억 원의 확정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데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하고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돕기 위해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조건 변경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0억원 확정이익 제안 사실을 보고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백현동 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있으니 정진상하고 잘 얘기해서 신경을 써달라"는 취지로 말한 내용을 적시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공사 배제 이유를 묻자 이 대표가 "정진상과 인섭이 형님이 다 얘기돼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느냐"고 반문한 내용도 담았다.
검찰은 이 대표와 오랜 인연을 맺은 김 전 대표가 성남시 '비선 실세'로 통했다고도 강조했다. 검찰은 "김인섭은 이재명과 관계를 이용해 인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비선 실세로 통했다"며 "김인섭은 이재명의 '비제도권 최측근'"이라는 김씨 최측근의 진술 내용도 언급했다.
◆ "증거인멸 이미 현실화"…11쪽 걸쳐 구속 필요성 강조
검찰은 이 대표의 증거인멸이 진행되고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직접 또는 측근을 동원해 백현동 개발사업 업무를 담당한 도시계획과 공무원 등을 접촉한 후 '국토부 협박이 있었던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회유‧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적시했다.
대북송금 의혹 관련 최근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도 언급했다. 검찰은 "이화영은 이 대표의 검찰조사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이재명에게 보고한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작성하는 등 이재명의 증거인멸은 이미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지난 3월 이 전 부지사 재판 사건 기록에 포함된 증인 신문 녹취서를 자신의 SNS에 게시하고, 쌍방울의 대북송금 관련 내부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점 등을 두고 "이화영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자신과 쌍방울 간 관련성을 진술하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김성태를 공개적으로 '조폭 출신 불법 주가조작 세력'이라고 비난한 모습, 이화영의 배우자가 측근 의원의 회유를 받고 남편을 배신자로 취급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조차 받지 못하도록 철저히 고립시켜 진술을 번복시킨 모습 등을 보면 이화영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 및 증거인멸 시도로 각종 불이익과 보복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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