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에 집값 0.01% 상승, 무슨 의미?'…'주간 통계' 도마 위
전문가 "주간 통계, 거래량 적고 표본 적어 부정확"
"정책 발표후 효과 가늠, 트렌드 파악엔 용이"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간 통계가 조작됐다는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주간 통계' 발표가 필요하느냐는 논란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주간통계에 포함되는 아파트 거래량과 표본 수가 적어 유의미한 통계를 산출해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가격은 주식시장과 달리 변동성이 크지 않아 주간 데이터가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반면 변동률 자체보다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정부 정책 발표 직후 효과 등을 가늠하는 차원에선 짧은 단위의 통계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주간통계, 주기 지나치게 짧다 시각
최근 감사원이 전 정부 시절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총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중간감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은 2013년 1월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이관받아 처음으로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를 공표했다. 실거래 가격 통계를 바탕으로 전문 조사원들이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주 화요일부터 해당 주 월요일까지 거래 현황을 조사해 매주 목요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발표한다. 표본 실거래 사례가 있으면 실거래 가격을, 실거래 사례가 없으면 유사거래나 호가 등을 활용해 표본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 패턴을 감안할 때 주간통계의 조사 기간이 과도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관련 통계를 주간으로 집계·발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부동산에 특히 관심이 많아 관행적으로 통계를 주간으로 발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은 주식시장과 달리 느리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면서 "주간 변동률이 0.01% 상승했다는 통계는 사실상 의미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간 아파트 거래량이 적은 탓에 통계 작성에 호가가 반영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간 통계에는 호가가 반영되면서 부정확고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호가 반영 등 자칫 시장 오인"
부동산 주간 통계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매수·매도 희망자들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통계에 역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종완 원장은 "수요자들은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분위기를 느끼는 게 아니라 통계를 보면서 시장 흐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자칫 시장에 그릇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과열기에는 거래량과 관계없이 부동산 호가를 높이려는 매도 희망자들의 주관이 반영되면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매도 희망자들은 호가를 실거래가보다 더 올려서 내놓을 수 있다"며 "이를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게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표본 수를 확대하고 주간단위보단 월간단위로 발표하는게 더 낫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고종완 원장은 "표본 수를 늘리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통계 작성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정부도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정책을 세우고 소비자들도 정확한 시장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효과 가늠·소비자 알 권리도
다만 부동산 정책 발표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간 통계도 필요하단 시각도 있다. 주간통계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정책 결과를 알기 위해 한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가령 지난 1·3 대책처럼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그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의 통계도 필요하다"며 "주간 통계 없이 월간 통계만 만든다면 소비자는 정책 효과를 다음 달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통계는 시장을 바라보는 바로미터로 정확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채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간 통계의 경우 가격 변동의 폭보다도 지역별, 연령별 주간 통계 등을 통해 어느 집단이 가장 예민하게 부동산 시장에 반영하는지 등등에 활용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에서 (주간 통계를) 94회나 조작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는데 그에 맞는 증거가 있으리라고 간주하고 엄격한 원칙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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