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주면 과태료만 받게 해줄게”… 뇌물 받은 세관 간부 징역 9년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수억원을 요구하고 실제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세관 간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천본부세관 조세국장 김모씨에게 징역 9년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김씨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2년 4월 서울본부세관에서 수사 중인 외국환거래법위반 사건의 수사무마 알선 청탁을 받고 “세관 단계에서 과태료로 종결해주겠다”며 6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세관이 이 사건 주범인 A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A씨 지인인 B씨로부터 조사 편의(2000만원)와 사건 병합(1000만원), 휴대전화 통화 기록 삭제(1억원) 등 청탁을 받고 1억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당시 A씨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현상)을 노리고 외화를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김씨로부터 6억원의 요구를 받고 A씨에게 자신의 몫 2억원을 더해 8억원을 달라고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같은 해 7~9월 1억7000만원을 받아 1억30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하고 자신도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관세청 고위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했고 실제로 거액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또 “관세청의 수사와 관련한 직무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인데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