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맨해튼’ 여의도 천지개벽…마천루 숲으로[송승현의 손바닥부동산]
'쉰살' 성냥갑 아파트 '50~60층'으로…바뀌는 스카이라인
(서울=뉴스1) 황보준엽 박혜성 조윤형 기자 = 대한민국의 핵심 지역인 여의도가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과 35층 룰 폐지 등 각종 도시개발정책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의도를 국제 디지털금융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용적률 1000% 이상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도 이뤄지고 있죠.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일제히 호가를 올리며 기대감에 부푼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여의도가 흑역사를 끝마치고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요.
뉴스1은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와 함께 여의도를 방문해 봤습니다.
◇ 정치·경제 중심지 여의도…한땐 '너나 가져' 쓸모없는 모래섬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여의도(汝矣島)는 50여년 전만 해도 모래섬이었습니다. 누구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 허허벌판이었죠. 오죽하면 본 지명인 '너섬'을 쓸모없으니 너나 가지라는 뜻으로 해석 했을까요.
이곳이 개발되기 시작한 건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0년대 경제개발이 싹트던 시기입니다. 관선으로 임명된 김현옥 서울시장이 개발을 주도했습니다. 그는 1967년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개발을 알렸죠.
1967년부터 범람하는 한강을 막기 위해 여의도 둘레를 따라 윤중제(제방)가 설치됐습니다. 공사에 필요한 골재는 가까운 밤섬을 폭파해 수급했습니다. 둘레 7㎞, 높이 15m 둑의 윤중제는 5개월 만에 완공되며 여의도엔 290만㎡의 넓은 대지가 만들어졌죠.
원래라면 여의도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합니다. 1969년 공개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여의도 서쪽 끝에는 국회의사당이, 동쪽 끝은 서울시청과 대법원, 종합병원 부지로 꾸며질 예정이었죠.
그러나 창전동 와우지구 시민아파트 붕괴 참사로 여의도 개발을 진두지휘하던 김현옥 시장이 물러나고 양택식 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상황이 급변하게 됩니다. 양 시장은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택지를 매각하려고 했었죠. 그러나 워낙 평가가 박했던 탓일까요. 누구하나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지구와 시청지구로 계획된 곳에 여의도시범아파트 공급했습니다. 시범아파트는 아파트로서는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스팀난방 등의 시설도 갖췄습니다. 당시 기존 아파트들이 사용했던 난방방식이 연탄난방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혁신적 변화였죠.
시범아파트가 성공하자 삼익아파트와 은하아파트 등 민간 단지들도 들어서게 됩니다. 입주자들의 수요에 따라 학교, 상점가 등의 시설이 갖춰지면서 택지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후로 KBS, MBC 등 언론사와 각종 금융사가 입주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죠. 특히 서울대교(현 마포대교)의 개통은 여의도 발전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천지개벽' 여의도…성냥갑 아파트 50~60층으로
이제 여의도는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문화의 중심을 넘어 국제 디지털금융 중심지로 말이죠. 서울시는 여의도를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세계적인 금융 도시인 미국의 맨해튼처럼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5월에는 이를 위한 구상을 담은 여의도 금융 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계획안에 따르면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구 내 용도지역을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1000%까지 적용합니다. 친환경, 창의·혁신 디자인을 적용할 경우 추가로 1200% 이상 완화됩니다. 여의도 일대에 높이 350m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등 높이 규제가 사실상 폐지됐습니다.
주거지역도 대대적으로 개편됩니다. 서울시는 여의도 내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며 용적률 완화 등에 따라 6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호재에 재건축 단지들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용 193.03㎡는 지난 7월 29억8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올해 1월 28일, 28억원에 팔린 것보다 1억8000만원 더 비싼 금액입니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전용 117.06㎡도 지난 5월 20억원에 거래됐는데, 2021년 4월과 같은 가격을 약 2년만에 회복했습니다.
건설사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여의도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세우기 위한 물밑 작업으로 분주한 상황입니다. 한양 아파트가 지난 1일 현장 설명회를 열었을 때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효성중공업 등 10개 사가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죠.
지역적 상징성이 큰 여의도에서 1호 재건축이 갖는 희소성이 크고, 시범, 삼부 등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만큼 향후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밀도로 개발되는 만큼 제기되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주거 시설이 들어서면 교통편 등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오피스 개발해 주거시설로 공급…가격대 높지만 수요는 튼튼
그간 여의도에선 재건축이 막힌 사이 부지를 통으로 개발하거나 공실이 난 오피스를 통해 고품질 주거시설 공급이 이뤄졌습니다. 여의도공원 맞은편 NH투자증권 빌딩은 생활형 숙박시설로 탈바꿈합니다. 현재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상태인데 지하 6층~지상 56층 총 347실이 공급됩니다.
신영은 옛 MBC 용지에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오피스 1동, 오피스텔 2동, 공동주택 1동 등 총 4개동 규모의 복합단지 '브라이튼 여의도'를 공급했죠. 브라이튼 여의도는 전용면적 29~59㎡ 오피스텔 849실과 전용면적 84~136㎡ 아파트 454가구, 오피스 및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되며 GS건설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오피스텔은 지난 2019년 분양을 마치고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으며, 공동주택은 4년 민간임대주택으로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재건축이 되면 더욱더 많은 하이엔드 주거단지가 공급됩니다. 가격대가 높은 만큼 보통의 수요자가 접근하기는 어렵겠지만 분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합니다. 워낙 신축 단지가 적은 편이기도 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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