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버림받은 반려 거북 [뉴스+]
붉은귀거북·리버쿠터, 자연 번식 접어들어
페닌슐라쿠터는 유기 여전한 것으로 추정
버림받은 외래거북류가 여럿 생태계교란종으로 변신해 국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방사된 외래거북류는 각종 수생 식물과 작은 물고기, 개구리 등의 토종 생물을 잡아먹는다. 이들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건 ①질병을 전파할 위험이 있고 ②국내 생물군 유전자를 교란하며 ③자생생물을 먹이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19일 본지와 통화한 백혜준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연구원은 우선 외래종 거북이 질병 전파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예전에 판매되고 있는 거북류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던 논문이 있다”며 “연구 결과 흔히 판매되는 외래종 거북이 대표적으로 살모넬라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외래거북이 국내거북과 교배하며 유전자가 교란되는 것도 문제다. 백 연구원은 “국내 생태계 유전자 교란의 예로 남생이가 있다”며 “멸종위기종인 남생이가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중국줄무늬목거북과 사이에서 잡종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잡종 개체가 국내에서 이제 막 보고되기 시작했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2022년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외래생물 전국 서식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태원이 선정한 외래생물 우선 관리지역에서 외래종 거북이 7종 812개체가 확인됐다. 발견된 외래종 거북은 붉은귀거북 518개체, 노란배거북 1개체, 리버쿠터 174개체, 플로리다붉은배거북 12개체, 페닌슐라쿠터 90개체, 중국줄무늬목거북 12개체다. 해당 외래종 거북류는 모두 애완용으로 수입된 종이다.
지난해 개체수와 발견빈도가 증가한 종은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페닌슐라쿠터 3종이다. 그 중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는 이미 국내 생태계에 정착해 자연 번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국내 생태계에 적응했다는 의미다. 반면 페닌슐라쿠터는 아직 번식 성공을 추정할 수 있는 사례가 없었다. 생태원은 단순 유기에 따른 증가로 판단하고 있다. 새롭게 발견된 종은 동부비단거북과 서부비단거북, 남부비단거북이다. 이 종들은 애완동물 가게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종이라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종 거북류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외래종 거북류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명확한 근거 없이 ‘토종이 외래종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무분별하게 생태계교란종을 지정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대승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이사는 “(멸종위기종인) 남생이 개체수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건 개발로 인해 남생이의 서식지가 많이 소실됐기 때문”이라며 “외래종 거북류와는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문 이사는 “(국내 학자들은) 단지 우리나라 하천에 외래종이 이렇게 많이 풀어져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외래종 때문에 토종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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