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버림받은 반려 거북 [뉴스+]

김지호 2023. 9. 20. 0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래종 거북류에 의해 질병 전파·교잡종 우려”
붉은귀거북·리버쿠터, 자연 번식 접어들어
페닌슐라쿠터는 유기 여전한 것으로 추정
눈 뒤에 붉은색 화장을 한 것 같은 생김새의 거북이 우리 하천에서 유유히 헤엄친다. 정체는 바로 ‘붉은귀거북’. 1980년대 후반 애완용으로 수입돼 인기를 끌며 국내에 알려졌다. 붉은귀거북 수컷은 20㎝, 암컷은 30㎝까지 자란다. 수명은 자연에서 20년 정도. 그런데 개인이나 종교단체가 자연에 무분별하게 방생하면서 2001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다. 인간의 욕심으로 수입됐다 버려진 외래종 거북류는 어쩌다 생태계교란종이 된 걸까.
붉은귀거북은 개인이나 종교단체에서 자연에 방생하면서 2001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다. 국립생태원 제공
◆반려동물서 골칫덩어리된 외래거북

버림받은 외래거북류가 여럿 생태계교란종으로 변신해 국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방사된 외래거북류는 각종 수생 식물과 작은 물고기, 개구리 등의 토종 생물을 잡아먹는다. 이들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건  ①질병을 전파할 위험이 있고 ②국내 생물군 유전자를 교란하며 ③자생생물을 먹이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19일 본지와 통화한 백혜준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연구원은 우선 외래종 거북이 질병 전파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예전에 판매되고 있는 거북류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던 논문이 있다”며 “연구 결과 흔히 판매되는 외래종 거북이 대표적으로 살모넬라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외래거북이 국내거북과 교배하며 유전자가 교란되는 것도 문제다. 백 연구원은 “국내 생태계 유전자 교란의 예로 남생이가 있다”며 “멸종위기종인 남생이가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중국줄무늬목거북과 사이에서 잡종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잡종 개체가 국내에서 이제 막 보고되기 시작했고,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외래거북은 국내 자생식물 등을 먹이로 활용한다고 한다. 백 연구원은 “거북류는 주로 잡식성이 많다”며 “그래서 같은 거북류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내 자생식물이나 곤충류, 저서무척추생물(생활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중에서 생활하는 무척추 동물) 생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야생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붉은귀거북(왼쪽)과 리버쿠터 성체. 국립생태원 제공
지난 2022년 새롭게 발견된 비단거북 3종. 국립생태원 제공
◆아직도 유기되는 외래종 거북

2022년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외래생물 전국 서식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태원이 선정한 외래생물 우선 관리지역에서 외래종 거북이 7종 812개체가 확인됐다. 발견된 외래종 거북은 붉은귀거북 518개체, 노란배거북 1개체, 리버쿠터 174개체, 플로리다붉은배거북 12개체, 페닌슐라쿠터 90개체, 중국줄무늬목거북 12개체다. 해당 외래종 거북류는 모두 애완용으로 수입된 종이다.

지난해 개체수와 발견빈도가 증가한 종은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페닌슐라쿠터 3종이다. 그 중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는 이미 국내 생태계에 정착해 자연 번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미 국내 생태계에 적응했다는 의미다. 반면 페닌슐라쿠터는 아직 번식 성공을 추정할 수 있는 사례가 없었다. 생태원은 단순 유기에 따른 증가로 판단하고 있다. 새롭게 발견된 종은 동부비단거북과 서부비단거북, 남부비단거북이다. 이 종들은 애완동물 가게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종이라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거북 조사는 시기와 날씨의 영향을 받아 개체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최적의 날씨에 조사해도 당일 혹은 시간에 따라 충분한 개체수와 종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따라서 국립생태원은 현재 2회에서 3~4회까지 모니터링 횟수를 늘려 보다 정밀하게 이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현재 모니터링은 육안 조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악어거북과 늑대거북, 사향거북 등 수생종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포획 조사 방법으로 모니터링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남생이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3호다. 국립생태원 제공
외래종 거북들과 함께 있는 토종자라(빨간색 동그라미).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제공
◆“외래종이 토종 밀어낸다?…호도하는 느낌”

외래종 거북류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외래종 거북류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명확한 근거 없이 ‘토종이 외래종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무분별하게 생태계교란종을 지정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대승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이사는 “(멸종위기종인) 남생이 개체수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건 개발로 인해 남생이의 서식지가 많이 소실됐기 때문”이라며 “외래종 거북류와는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문 이사는 “(국내 학자들은) 단지 우리나라 하천에 외래종이 이렇게 많이 풀어져 있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외래종 때문에 토종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