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때 대출로 버텼지만 후원액 안줄여… 나누면 편안해져”[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네 아이 차례로 병치레 한 뒤
돌봄 못받는 아이들 신경쓰여
영아원 기저귀 후원이 첫 나눔
어린이수영장 설립뒤 본격나서
수년째 영양제·보육비 등 지원
돈보다 ‘나눔의 기쁨’ 물려줄 것
여러분도 작은 후원부터 시작을
“네 명의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 돌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 더 마음이 쓰였어요. 첫 나눔은 제주도 내 아동복지 시설에 기저귀를 지원한 것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빠의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매월 300여만 원을 초록우산에 후원하고 있는 안철훈 후원자. 지난 2016년 개인 이름으로 첫 후원을 시작해 사업체인 제이풀어린이수영장을 통해서도 꾸준히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제주에서 네 번째로 탄생한 그린노블클럽(1억 원 이상 고액 후원자 모임) 가입자이기도 하다.
안 후원자는 “자식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다 같겠지만 저희 부부는 돈보다 ‘나눔의 기쁨’을 물려주고 싶었다”면서 “아이들이야말로 후원을 시작하게 한 출발점이자 지금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안 후원자는 가족이 제주에 입도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아이 세 명이 감기로 병원에 입원하고, 이듬해 태어난 넷째까지 연이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 첫 후원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 다행히 보험이 있어서 아이들이 1인실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아이 건강을 돌보기보다 들어갈 비용을 먼저 걱정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을 위해 뭔가 작은 행동에라도 나서야겠다는 결심이 처음 섰다”고 말했다. 후원할 아동복지시설을 알아보다가 가장 처음 인연이 닿은 곳이 홍익영아원으로, 이곳에 기저귀를 후원하면서 나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2016년 첫 나눔에 나섰던 그와 아내 오의주 후원자는 이듬해부터는 제주에 설립한 사업체 제이풀어린이수영장 명의로 본격적인 후원에 나섰다. 이들 부부는 사업장 명의로 △제주 내 지역아동센터 프로그램비 지원 △제주 아동복지시설 영아 영양제지원 △제주 보육원 아동 간식 및 선물 구입 △제주 아동 보육비 지원 등을 수년째 이어갔다. 매월 정기적인 후원 외에도 사업장에서 1년에 한 번씩 ‘제이풀 SWIMMING 페스티벌’을 개최해 참가자들의 참가비를 재단에 기부하면서 제이풀어린이수영장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약 200명의 수강생이 페스티벌에 참여했는데, 부부는 이에 해당하는 참가비 200만 원을 재단에 전달했다. 그렇게 후원한 금액이 지금까지 1억8049만 원에 이른다.
수영장 사업을 하다 보니 지난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한 차례 큰 고비가 찾아왔지만, 안 후원자와 오 후원자는 후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안 후원자는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모든 수영장 수강생들이 탈퇴했고 매출도 30∼70% 가까이 감소해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 대출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초록우산에서도 코로나19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후원금액을 줄이는 것을 권유했지만 “지금 어렵다고 후원을 중단하거나 금액을 줄이면 다시 후원 재기가 힘들 것 같다”는 오 후원자의 뜻이 굳건했다. 안 후원자는 “어차피 제가 후원하는 돈은 저한테 없는 돈이라고 생각했고, 옛말에 빚이 10억 원이든 100억 원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 있어 그 말을 믿고 버텼다”며 웃은 후 “제가 후원을 중단하면 아이들이 학원을 그만두거나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꿈을 포기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원자는 네 아이가 첫 후원의 시작점이었던 만큼, 후원의 의미를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와 네 자녀는 초록우산 제주후원회 소속으로 김장김치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아이들이 배추 버무리기부터 김장 나르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면 부부가 직접 후원 가정이나 시설에 배송을 가기도 한다. 그는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한 친구는 언제든 도와줘야 하고 나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모두 똑같은 친구라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우리 부부의 뜻이 잘 전달된 것 같다”며 “첫째 딸은 어린 동생에게 아빠가 김장 봉사가 무엇이고 왜 하는지 설명해주는 걸 듣고 뿌듯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후원 금액이 1억 원을 넘어섰을 때 주변에서 많은 금액을 후원하는 이유를 질문받았지만 “그냥”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안 후원자는 “나눔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냥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후원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사업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지만 나눔은 스트레스가 없다. 후원금액은 내가 결정하는 일이고, 나눔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이라도 시작해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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