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억' 문제 판 교사들 수사선상…일타강사·유명학원도 엮이나
"거래액 5억원 경우도"…강사·학원 21곳도 수사의뢰
"유명 강사, 대형학원 많을 것…교육계 경각심 계기"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사교육 업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예상문제를 판매한 교사들이 과거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나며 교육계 파장이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소위 '일타강사'나 대형 입시학원의 형사 처벌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업체에 수능 예상문제를 판매하는 등의 영리 행위를 자진 신고한 현직 교사 322명 중 최소 24명이 수능 본시험 또는 모의평가 출제위원·검토위원으로 활동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 중 출제 참여 전에 사교육 업체와 거래했던 4명에 대해 수능 업무를 방해(업무방해 등)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1명은 모의평가 출제만 참여했고, 3명은 모의평가와 수능 출제에 관여했다.
수능·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하려면 서약서를 써야 한다. 또 당국의 자격 심사 과정에서 최근 3년간 수능 관련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 교육부는 해당 교사 4명이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이후 문제를 판매한 22명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따른 '금품수수 금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출연기관법)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 중 2명은 수능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교사들이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진이 출제 기간 알게 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하겠다고 서약하는데 이를 어기고 문제를 판매한 만큼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교사들이 문제를 팔며 1인당 최대 5억원에 달하는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현직 교사들에게 문제를 사들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교육업체 21곳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 중에는 '일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학원 강사 개인이나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유명 대형 입시학원이 포함됐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통해 대형 입시학원이나 유명 강사가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수능 국어 유명 강사 A씨가 현직 교사 2명에게 수능 6월 모의평가 출제 지문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9개의 학원에서 강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후 현재 강단에 복귀했다.
'일타강사'라 불리는 강사들은 움직임 만으로도 주가가 요동치기도 한다. 이적을 놓고 억대 소송전이 벌어지는 일도 많다.
한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현직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사들인 개인 강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모의고사 문제집을 제작할 수준의 유명 강사일 가능성이 높다"며 "학원 중에서는 대형 학원이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는 "사교육 입장에선 과하다며 억울할 수 있겠지만 수능 출제 이력을 숨거나 이용한 부분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그간 교사가 사교육에 모의고사 문제를 내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사실 없었는데, 죄를 묻게 되면 학원·강사·교사 모두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전날 '유명' 강사나 학원이 포함됐음을 밝히면서도 연루된 업체가 어디인지, 강사는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임경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수사 권고 규칙에 따르면 업체명이라든가 개인명은 비실명 조치하도록 돼 있다"며 "(검찰에 송치하더라도) 명백하게 공개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 과정에서 문제를 사고 팔기 위해 사교육 업계에서 교사들을 암암리에 어떻게 관리했는지가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교육부는 앞서 7월에도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집중신고' 결과, "수능 전문 대형 입시학원 강사가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그간 출제 당국이 수능 출제나 검토에 참여한 위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사교육 업체에서 지연과 학연 등을 총동원하거나 고액의 금품을 주고 예상문제나 소위 '족집게 문항', '킬러 문항' 제작을 의뢰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수사 과정에서 수능 본시험에 출제됐던 문제가 유출됐거나 사교육 업체에 판매된 문제가 수능 문제와 유사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자진 신고 내역을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 시험까지 수능과 모의평가(연 2차례) 출제·검토위원 명단과 대조했다. 이번에 고소·수사의뢰 되는 교사들이 참여했던 시험이나 연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수능 출제 과정에 있어 위원 1명이 전권을 갖고 단독으로 문제를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다수의 위원이 문항을 수차례 검토하는 형태라, 특정인이 사교육 업계와 결탁해 출제하려고 작정해도 수능과 모의평가에 그대로 출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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