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신청서로 계좌 개설…대법 "업무방해죄 아니다"

조준영 기자 2023. 9. 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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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거래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계좌를 개설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A씨가 계좌를 개설하면서 작성한 예금거래신청서나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는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는 서류라고 볼 수 없고 제출된 관련 서류들도 법인 명의 계좌개설시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서류"라며 "계좌 명의자인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의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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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예금거래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계좌를 개설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예금거래신청서 등 기본서류는 진실성을 담보하는 서류가 아니기 때문에 담당자가 추가로 충분한 심사했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A씨의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 부분은 원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대여해 본인이 대표이사로 된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또 부산 동래구 한 은행에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유령법인의 계좌를 개설, 해당 계좌의 현금카드와 접근매체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했다.

A씨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총 4회에 걸쳐 유령법인의 계좌를 개설했고 대가를 받는 조건으로 개설한 계좌의 현금카드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A씨의 행위로 인해 금융기관들의 계좌 개설업무가 방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하고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대가를 약속받고' 현금카드 등을 대여한 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현금카드 등을 대여·보관해 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어떤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고 인식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계좌개설 신청인의 허위 답변만을 그대로 믿고 추가적인 증빙자료 요구 없이 계좌를 개설한 것은 업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라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계좌를 개설하면서 작성한 예금거래신청서나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는 내용의 진실성이 담보되는 서류라고 볼 수 없고 제출된 관련 서류들도 법인 명의 계좌개설시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서류"라며 "계좌 명의자인 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의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좌개설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에 대해선 "접근매체(현금카드 등)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이용될 것을 인식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상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고, 거래 상대방이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또는 피고인이 인식한 것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A씨가 현금카드 등을 대여한 경위, 진술내용 등에 비춰보면 A씨는 접근매체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 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대여·보관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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