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피싱용 계좌 개설.."은행 부실 심사했다면 무죄"

하정연 기자 2023. 9. 20. 08: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보이스피싱범에게 빌려줄 목적으로 허위로 계좌를 만들었더라도 은행 직원이 개설 과정에서 부실하게 심사한 정황이 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지난달 31일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범에게 빌려줄 목적으로 허위로 계좌를 만들었더라도 은행 직원이 개설 과정에서 부실하게 심사한 정황이 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지난달 31일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2020년 8월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 계좌를 허위로 개설해 금융기관 담당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 OTP 기기 등을 대여하거나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카드를 보관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업무방해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고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를 무죄로 본 항소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범죄 이용 목적의 계좌가 개설된 것은 신청인의 허위 답변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은행 직원 등 금융기관 측 잘못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대법원은 "금융기관 업무 담당자가 답변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 요구 등 추가적인 확인 조치 없이 계좌를 개설해준 경우 이는 금융기관 업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라며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항소심 판결 중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무죄로 본 부분은 잘못됐다며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는 전자금융거래에 쓰이는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보관·전달했을 때 성립합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A 씨가 대여한 접근매체가 어떤 범죄에 이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검사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고 A 씨가 보관한 카드는 경찰의 수사협조자가 검거 목적으로 준비한 것이어서 범행에 쓰일 가능성도 없었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행위 당시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거래 상대방이 접근매체를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 실제 피고인이 인식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정연 기자 h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