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학교]①3개월간 7명…교사의 눈물, 교단의 분노[뉴시스 창사 22년]
동료 잃은 슬픔 더해 '나도 같은 어려움 겪어' 분노
6년간 극단선택 중 16%가 우울증…작년 진료 15만건
교직생활 만족도 23.6%…교대생 100명 중 3명 자퇴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알려진 것만 7명. 불과 세 달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원의 수다. 폭염 속 검은 물결이 매주 서울 한복판을 뒤덮는 와중에도 비보는 이어졌다.
교사들은 '이젠 참지 않겠다'고 말한다. 동료를 잃은 슬픔을 넘어, 자신도 비슷한 고을 겪었다는 점에서 교단의 분노는 더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총 7명의 교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서이초 사태'다.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 1학년 담임교사 A씨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2년차 새내기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고충을 겪은 정황이 교단의 공분을 샀다.
교사들은 매주 토요일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과 '교권보호'를 외쳤다. A씨의 49재일인 9월4일이 다가올수록 추모 열기도 고조됐다. 9월4일 학교의 임시휴업이나 교사의 연·병가를 통해 추모에 동참하겠다는 '공교육 멈춤' 움직임이 일었지만, 교육부가 이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지지하는 일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간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9월4일을 앞두고도 교사들의 극단선택이 연이어 발생했다.
8월31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B씨가 경기 고양의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으며, 다음날(9월1일)에는 전북 군산의 한 초등교사 C씨, 그로부터 이틀 뒤(9월3일)에는 경기 용인의 60대 고교 교사 D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월4일 서이초 추모제에 다녀온 뒤 모든 교원에 대한 징계를 철회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A씨의 49재일에도 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한 제주도교육청 과장 E씨가 바닷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9월7일에는 대전과 청주에서 초등교사의 극단선택이 잇따랐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극단선택에 이른 공립 초중고 교원은 지난 6년(2018년~올해 6월) 간 100명에 이른다.
이 중 16명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앓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초중고 교사가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건수는 총 15만93건에 달했다. 2018년 8만337건에서 86.8%나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 진료 건수도 53% 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달 교사 3505명을 설문 조사해 발표한 '마음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16%,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비율은 4.5%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앞선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일반 인구의 자살 생각은 3~7%, 자살 계획은 0.5~2% 수준이라며 교사들의 극단선택 위험이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교단 전체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있다는 데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87.5%가 '최근 1~2년 새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데 동의했다. 교직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비율은 23.6%에 불과했다. 58.1%는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기 저하와 교권 침해로 인해 46.3%는 '학생 생활지도를 기피하게 되고 관심을 잃게 된다'고 밝혔으며, 17.4%는 '수업에 대한 열정 감소로 교육력이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6.5%는 '명예퇴직 등 교직 이탈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했는데, 이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교원 명예퇴직은 2018년 6268명에서 2021년 6594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정규 교원수 대비 비율을 나타내는 명예퇴직률은 같은 기간 1.62%에서 1.73%로 상승했다.
암울한 현실에 교사의 꿈을 내려놓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서이초 사태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일주일 간 교대생 68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다른 진로를 고민를 고민하게 됐다'는 비율이 51%에 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교대의 학업 중단율은 3.2%로, 1년 전보다 0.8% 포인트(p) 높아졌다. 전체 교대 재학생 100명 중 3명 이상이 자퇴·제적 등을 이유로 학교를 그만뒀다는 뜻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 파병에 한반도로 충돌 전이?…소용돌이 몰아칠까[우크라戰1000일②]
- 성시경 "13년 전 조여정 처음 만나 키스신…조여정 그때 그대로"
- '66세' 주병진, 13세 연하 ♥호주 변호사와 핑크빛…결혼 결정하나
- 미자 "아침부터 때려 부수네…진짜 괴롭다" 무슨 일?
- "남자 바지가 편해요"…배 나오기 시작한 손담비
- 이성은 "임신 후 주선자와 바람난 남편…외도만 4번"
- 김새롬 "이혼 후 6년간 섭외 끊겼다…무너진 커리어 참담"
- 53세 안 믿기네…고현정, 주름 없는 동안 미모 자랑
- 前티아라 류화영, 12년 만에 '샴푸갑질' 루머 해명…"왕따 살인과 진배없다"
- "공개연애만 5번" 이동건, '의자왕'이라 불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