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배운 한글로 쓴 ‘할머니들의 시’
[KBS 부산] [앵커]
'문해의 달'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뜻의 '문해' 교육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9월을 문해의 달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는데요,
일흔이 넘어서 배운 한글로 시를 쓰고 전시회를 연 할머니들을, 김옥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세상이 어두운 줄 알고 살았는데, 글을 배우고 나니 빛이 보이더라."]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듯 시를 읽어내려가는 하길자 할머니.
학교에는 다닌 적도 없습니다.
한때는 학교 문턱조차 넘지 못하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길자/부산 사하구 : "공부를 하고 싶어서…. 남 학교 가는 길목에 쳐다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부러웠어요."]
배움에 대한 열망은 일흔셋이 되도록 식지 않았고, 뒤늦게 시작한 한글 공부는 시 쓰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올해로 일흔 다섯 살인 우은순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
글을 몰랐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우은순/부산 사하구 : "공부를 안 하고 어디를 다닌다고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고 다녀야 되잖아요.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글을 배우고는) 아주 내가 밝아졌다고 봐야 돼요."]
2020년 기준 의무교육인 중학교 학력이 안 되는 20대 이상 성인은 전국에 약 408만 명.
부산은 성인 인구의 10% 정도인 약 28만 명이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7개 특별·광역시 중 문해 교육 잠재수요자 비율이 가장 높은 셈입니다.
부산시가 2020년 11월부터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을 문해교육센터로 지정한 이유입니다.
각 구청 71개 기관에서 올해 2,800명이 넘는 어르신에게 문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지/사하구 평생교육과 주무관 :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이 그냥 단순하게 글자만 익힌다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거거든요."]
글 속에서 찾은 빛으로 시를 빚어낸 어르신들의 작품이 문해의 달을 밝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그래픽:김명진
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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