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치는 카톡 프사… 전 남친 휘두른 흉기에 母·6세 딸 앞 숨져간 30대

현화영 2023. 9. 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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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서 피고인, 모든 공소사실 인정
유족 오열 “내 동생 살려내!”
이은총씨 생전 모습(왼쪽)과 피멍이 든 팔 사진. 네이트 판 갈무리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류호중)는 살인 및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모(30·구속)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설씨 측은 “공소사실과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설씨는 헤어진 연인에 대해 지속해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반복해서 위반하더니 끝내 피해자를 살해했다”면서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다치고 어린 자녀 등이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27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양형 증인신문, 검찰 서증 조사,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 이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동생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했는가 하면, 피해자의 6세 딸에 대해서도 오는 26일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의 유족들은 “내 동생 살려내”라고 외치는 등 오열했다.

설씨 지난 7월17일 오전 5시54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 여자친구였던 이은총(30씨)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6월9일 이씨로부터 ‘(전 남자친구) 설씨가 집 근처를 배회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후 7시18분쯤 설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경찰은 설씨를 조사한 후 당일 오후 11시51분쯤 석방했다. 설씨는 법원으로부터 이씨에 대한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도 받았다. 

하지만 설씨는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한달 여만에 이씨를 찾아가 범행했다. 피해자 이씨는 사건 발생 나흘 전인 같은 달 13일 경찰에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유족은 이씨의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해 가며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8일 피해자의 유족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스토킹에 시달리다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 7월17일 오전 6시쯤 제 동생 ‘이은총’이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면서 “가해자는 은총이(설씨)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였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설씨가 헤어진 후에도 다시 만나 달라며 계속 연락해오고 급기야 폭행까지 하자 지난 5월18일 스토킹 혐의로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6월1일 이씨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던 설씨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과거 이씨와 연애할 때 찍었던 사진으로 바꾸면서 이씨의 마음고생은 더욱 심해졌다.

A씨는 “직장을 소개해준 것도 은총이였지만 스토킹을 설명해야했던 것도 오로지 동생의 몫이었다”며 “제발 사진을 내려달라고 해도 내려주지 않고 직장동료가 설득해 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리지 않았고 인스타그램에까지 그 사진을 게시했다”고 했다.

설씨의 스토킹은 메신저와 SNS도 모자라 차량으로 따라오기까지 하는 등 점점 더 위협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씨는 결국 설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가해자는 접근금지명령을 받고 4시간 만에 풀려났다고 했다. 당시 이씨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지만 6월29일 경찰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알게 된 건, 경찰이 찾아온 7월13일부터 17일까지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집 앞에서 은총이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면서 “그렇게 7월17일 오전 6시쯤 출근하려고 나갔던 성실한 우리 은총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의 칼에 찔려 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려달라는 은총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칼에 찔렸고, 손녀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은총이씨)가 칼에 찔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은총이가 칼에 맞아 쓰러지자 가해자는 자신도 옆에 누워 배를 찌르곤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이 끼친다. 엘리베이터 앞이 흥건할 정도로 피를 흘린 은총이는 과다출혈로 죽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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