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심야집회 금지 ‘집회의 자유’ 침해 판단···노숙농성 열린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심야 노숙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경찰의 심야 노숙 집회 금지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심야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제해산하기 시작한 이후 법원이 노숙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19일 금속노조가 서울영등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처분취소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본안 소송 판결 선고 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20일 밤부터 21일 아침까지 국회 앞에서 노숙 심야집회를 열기로 했으나 우천으로 이날 노숙농성 계획은 취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노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경우 신청인의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집회가 열리면 교통 불편이 초래된다는 경찰 논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4개 차로 중 하위 3개 차로만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차량 소통을 배제하지 않고, 인도도 확보되어 있는 데다가, 개최 시간에 비추어 인접도로에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거나 국회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자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영등포서에 20일 오전 9시부터 21일 오후 12시까지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일대에서 ‘노조법 개정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개최했다. 금속노조는 첫날 오후 10시 촛불문화제를 마친 후 다음날 7시까지 노숙농성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첨부했다.
그러나 영등포서는 13일 “다수의 인원이 차도 및 인도를 주·야 계속 점유하여 집회를 개최할 경우 해당 도로 및 인접도로에 심각한 교통 불편과 통행 불편이 초래되고, 인근 주민과 회사원 등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며 노숙 금지를 통고했다. 그러면서 심야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며, 노숙 집회 희망 시 도로법에 따라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15일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영등포경찰서장을 상대로 옥외집회부분금지통고처분취소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20일 “윤 대통령이 건설노조 집회 이후 야간 집회에 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한 뒤부터 경찰이 심야 집회를 강제 해산했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2009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원칙적으로 옥외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계속 오후 11시 이후 집회를 금지해 이번 소송을 내게 됐다”면서 “금지 이후 첫 법원 판단”이라고 했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광화문 1박 2일 집회’ 이후 당정은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하기 위한 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주요 도로 점거와 심야 집회 등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권고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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