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배우자, 17살부터 ‘쪼개기 증여’ 받아···투기 의혹 검증대

1979년부터 식구들과 ‘쪼개기’로 부동산 취득
농지법 위반·미성년자 부동산 증여·사전 상속 등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의 교과서적 사례” 지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배우자와 처가 식구가 30여년간 수차례 ‘지분 쪼개기’로 땅을 사들여 세금을 덜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많은 7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재산 증식 배경에 땅 투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19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배우자 A씨와 처가 식구들은 지분을 쪼개는 방식으로 토지를 3차례 사들였다. 이를 통해 종합토지세(토지세)를 덜 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종합토지세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생기기 전 전국 모든 토지를 소유자별로 합산한 다음 토지 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한 세금이다. 부동산 투기와 과다한 토지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1990년부터 시행됐다.

A씨와 A씨 일가 등이 지분 쪼개기로 감면받은 세금은 1990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한 해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토지세의 경우 지분을 쪼개어 보유할 경우 세액이 크게 낮아진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A씨의 경우 고등학생인 17살 때부터 토지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해 부산 사상구 덕포동과 주례동, 동래구 명장동 등 토지 지분을 늘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1979년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있는 공장용지(2358㎡) 지분 6.3%를 취득했다. A씨는 이 땅을 아버지인 B씨 등 10명과 쪼개어 소유했는데, 1명이 소유할 때 내야 했던 토지세(3192만원)보다 85% 적은 529만원이 토지세로 산정됐다. A씨는 지분 비율에 따라 23만7000원을 냈다.

A씨가 대학생 때인 1984년 같은 방식으로 취득한 부산 사상구 주례동 임야(지분 21.6%)의 경우 5739만원에서 65% 줄어든 1957만원이 토지세로 산정됐다. 1985년 취득한 부산 동래구 명장동 토지는 8796만원에서 2194만원으로 75% 줄었다.

주례동 임야는 건설사에 매각되거나 사상구에 수용·매각돼 A씨 일가가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동래구 명장동 땅은 2015년 한 건설사에 매각돼 A씨는 24억여원을, 함께 지분을 보유한 이 후보자는 3억여원을 벌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1990년에는 이 후보자와 배우자, 아들(당시 2살)이 부산 사하구 괴정동 땅 세 필지를 지분으로 증여받았다. 이 후보자 가족은 이 땅을 매각해 지분 비율에 따라 최소 2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승남 의원은 “A씨와 일가는 총 4번의 부동산 지분 쪼개기 투자를 통해 세금은 덜 내고 재산은 더 빠르게 증식시켜 나간 것”이라며 “이 후보자 처가가 1980년대 초반부터 벌인 부동산 투기는 농지법 위반, 미성년자 부동산 증여, 지분 쪼개기를 통한 사전 상속(증여)과 절세, 주택 개발을 통한 개발이익 취득 등 부동산 투기의 모든 수법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의 교과서적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된 자금 출처, 증여세 납부 내역 등을 투명하게 소명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 후보자가 사법부 수장이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