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 리스크·보상'이 핵심…결국 정부 몫 [필수의료를 살리자③]

강승지 기자 2023. 9.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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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법리스크 해결·업무부담 경감·수가보상 강화' 추진
필수의료 육성 지원법 복지위 상정…의료체계 개편과 맞물려

[편집자주] 2022년 7월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각계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나 갈등만 커지는 모습이다. 뉴스1이 총 3회에 걸쳐 필수의료의 정의와 붕괴원인 그리고 해결책을 알아봤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필수의료 지원대책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나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막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러다가 10년 뒤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수술, 진료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필수의료, 나아가 국내 보건의료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런 취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8일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필수의료 붕괴 문제는 '사법 리스크·보상'…솔로몬도 풀지 못할 난제?

돈 대신 사명감을 택했다는 소위 '기피과,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들은 더이상 사명감만으로 일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젊은 후배의사들한테 자신과 같은 선택을 권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고난도·고위험 수술이 많은 이 분야에 책임소재 추궁, 법적 분쟁, 형사처벌이 뒤따르는 것은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법적·제도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2011년 4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돼 2012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인 동의 없이 자동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한 이 법이 필수의료 붕괴 위기의 계기라는 의료계는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의료인 기소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현장의 현실과 주장을 일부 공감한다며 필수의료 정책 방향성을 크게 △사법 리스크 해결 △업무 부담 경감 △보상 강화로 꼽았다. 우선 아무리 최선을 다했더라도 환자가 살아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의사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가 해결할 현상으로 규정한 채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병원이 인력을 충분히 고용한 뒤 운영하도록 규정을 개선하고, 필수의료 행위에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 첫 단추로 소아의료 현장 의견 등을 추가 반영한 '소아 의료체계 개선 보완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의대생 100여명과 '세상을 살리는 의료'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어 "필수의료의 위기는 진료과의 위기도 있지만 '병원의 위기'"라며 "필수의료가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국가책임 명시돼야…버스 준공영제 도입 제안도 필수의료에 '버스 준공영제' 같은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다. 버스 운행은 각 버스 업체에 맡기지만 노선 운영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고, 버스 업체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노선 폐지나 감차 등을 막는 방식이 버스 준공영제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에 의료행위의 대가로 건강보험 수가를 지급해왔다. 개별 행위별로 수가를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를 주로 시행 중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출생아가 절반으로 줄면 수가를 2배로 올려도 고정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간다. 수가 의존적 접근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구 감소 영향을 직접 받는 영역, 외상·중증환자 진료, 응급실 운영 등은 건강보험 수가 틀을 벗어나 조세 기반으로 운영하면서 준공영제 틀을 갖추는 게 합리적이다. 필수의료에 있어서 대안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의료계 종사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필수의료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지역·진료영역 등 세부단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법률안'(필수의료 육성지원법)을 대표 발의했고, 법안은 지난 18일 복지위 제2법안소위에 회부돼 심사에 들어갔다.

법안은 필수의료를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 또는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영역'이나 '지리적 문제 또는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되거나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영역'으로 규정했다.

필수의료 종사자의 전문성과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합리적 보상 체계를 마련하며 국가가 양성 및 수련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필수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무과실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피해자 보상 비용도 국가가 지원해 의료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

신 의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의료에는 그 필요성과 국민 건강에 필요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26개의 진료과목이 있다. 그중에서도 중증도와 응급 정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감안해 필수의료로 우선 지원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필수의료를 선택하거나, 종사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예산확보, 과감한 투자,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보호할 법·제도의 진전이 있어야 필수의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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