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흉기난동 예고... 장난 넘어선 ‘死이버 범죄’ 판친다 [집중취재]

김기현 기자 2023. 9. 20.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명예훼손·모욕 범죄도 매년 증가... 단순범죄예비 행위로 처벌 불가능
“심각한 부작용 초래… 대책 시급”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1. 성남에 거주하는 박모씨(29·여)는 요즘 외출할 때마다 괜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게시됐던 살인예고 글 때문이다. 평소라면 ‘가벼운 장난’ 정도로 치부했을 텐데, 실제로 주변에서 흉기 난동이 두 차례나 벌어지니 왠지 모두 사실로 느껴진다. 혹시 살인예고 글을 놓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수시로 SNS를 확인하는 습관도 생겼다. 결국 박씨는 약속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귀가시간은 최대한 앞당겼다.

#2. 용인에 사는 강모씨(26)는 최근 들어 부쩍 스트레스가 늘었다. 인터넷 이용 과정에서 소위 패드립(패륜적 농담)과 욕설 등에 시도 때도 없이 노출되고 있는 탓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타인을 서슴없이 괴롭히는 이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강씨. 그는 결국 인터넷 사용시간을 최대한 줄이기로 결심했다.

온라인상에서 살인예고 및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아 국민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명예훼손과 모욕 등 다른 유형의 사이버 범죄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살인예고 글 신고는 총 92건으로, 이 중 56명은 검거됐다. 나머지 36명에 대해선 현재까지 경찰이 추적 중이다.

그러나 단순히 살인을 예고한 행동만으로는 그나마 적용할 수 있는 죄목인 협박이나 살인예비 혐의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서울 신림동 살인예고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재판에서 법원은 “글을 직접 본 사람들을 몰라도,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될지는 의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형법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5년간 경기지역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3천713건, 2019년 4천184건, 2020년 5천218건, 2021년 7천654건, 지난해 8천24건 등이다.

우리 사회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는데,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영필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기획계장은 “사이버 범죄는 과거부터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인터넷실명제, 국제사법공조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논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