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이것만은] 청년농 안착 힘 쏟고…농지 보전 원칙 흔들림 없어야
청년농 지원사업 신청 줄고
안착 못하고 떠나는 이들도
‘당근책’보다 중요한 건 비전
농지 5년간 연평균 1.2% ↓
강제성 없는 보전방안 ‘한계’
산업지원 법안 국회서 표류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해야”
윤석열정부 두번째 국정감사가 10월10일 시작된다. 이번 국감은 내년 총선에 앞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농업·농촌 현실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농정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국감장에서 점검해야 한다. 주요 농정 의제를 농업·농민·농촌으로 나눠 살펴본다.
국가 기간산업이자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안보산업인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 고령농과 배턴터치 해야 할 청년농 유입은 지지부진하고 농업 생산 기반인 농지는 점점 쪼그라들면서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등을 육성해 농업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지만 농가는 크게 와닿지 않는 해법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청년농 육성=농업 세대교체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청년농 3만명 육성’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위해 현재 연 4000명인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 대상 규모를 내년엔 5000명, 2026년부터는 6000명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 사업은 청년농에게 3년간 월 100만원 수준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5억원 한도의 창업자금을 융자 지원 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3만명 달성이 가능할지다. 이미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선 월 100만원 생활비라는 ‘당근’으로도 청년농 확보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실제 올해 이 사업의 경쟁률은 1.45 대 1로 사업 첫해인 2018년 4.59 대 1(2차 기준)보다 크게 낮아졌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들이 더이상 청년농 확보가 어렵다면서 현재 39세까지인 청년농 나이 기준을 그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원받은 청년들이 계속 농촌에 남아 있을지도 문제다. 김기명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3년 지원 기간 동안 농촌에 안착하지 못한 채 큰 빚만 떠안게 된 청년농이 적지 않다”고 했다. 당장 내년이면 의무 영농 기간이 종료되는 청년들이 배출되는데 이들 중 얼마나 농촌에 남을지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현장에선 청년들이 정착금이 아니라 비전을 보고 농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예비농 교육을 강화하고, 영농정착 지원사업 이후 사후관리도 보강해달라고 목소리를 낸다. 김 회장은 “영농정착 지원사업 졸업생이 농업법인 등에 취업하고 일정 기간 일하면 3자 상속을 통해 농업 기반을 확보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지 보전=식량안보 기반인 농지의 감소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지는 최근 5년간 연 1.2% 감소했다. 국가산업단지 추가 지정 등 정부의 개발 드라이브로 이런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후 강화됐던 농지 규제를 다시 풀어달라는 요구도 곳곳에서 나온다.
농지 보전에 대한 농정당국의 확고한 입장이 필요한 시점이나 최근 농막 사태에서 보듯 농식품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농업계에선 우려를 제기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말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통해 2027년 150만㏊ 수준의 농지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강제성이 없는 점은 한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식량안보 강화방안에 포함된 농지 유지 목표는 정작 법정계획인 ‘제5차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엔 누락돼 있고, 시·군·구 단위 농지이용계획도 지역의 개발 수요 등에 밀려 사실상 형해화했다”면서 농지 보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주문했다.
◆농업 신성장동력 확보=정부는 스마트농업·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을 농업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이들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숙제는 이들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 확보다. 현재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만 국회를 통과했고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푸드테크 등이 허울에 그치지 않으려면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 농업과의 접점 강화 등이 제대로 추진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그린바이오가 화장품·신약과 연결돼 있듯 푸드테크와 스마트농업도 다양한 산업 및 부처와 관계있다”면서 “농식품부가 중심에 서되 다부처 협업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이들 산업 육성의 목적이 농업 지속성 강화, 농가소득 증대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탄소중립 대응도 살펴야 할 농정 의제로 꼽힌다.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장은 “정부가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도 친환경농업 육성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선 친환경농업 육성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라도 친환경농업직불금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내년도 예산안엔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친환경농산물이 학교 등 공공 영역에서만 소비될 게 아니라 집적단지에서 생산돼 가공식품 원료로까지 발돋움하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예산도 삭감돼 국회에서 정부 의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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