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도, 정치도 길을 잃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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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중대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정치적 안배 없는 날것 그대로의 사법적 판단,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결말은 그보다 훨씬 전에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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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19일 국회에 제출됐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지 하루 만이다. 영장 청구는 단식 중인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직후 이뤄졌다. 검찰은 "형사사법이 정치문제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검찰이 시기를 조절했다"고 반발했다. 강대강. 형사사법권과 정치권력의 충돌이다.
검찰의 논리는 사법질서 실현이다. 두번째 영장 청구의 배경이 된 백현동 개발특혜와 대북송금 의혹을 두고 "선출직 공직자와 부패 기업인간 정경유착 범죄의 표본"라고 규정한 게 그런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중대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정치적 안배 없는 날것 그대로의 사법적 판단,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에 휘둘리지도, 정치를 가까이 하지도 않겠다는 나름의 노력이다. 이 대표가 증거인멸에 관여한 정황이 짙다는 이유도 영장 청구 사유로 붙였다.
민주당의 반응은 전형적인 정치수사를 따른다. "똘똘 뭉쳐 부당한 영장 청구를 막겠다"(정청래 최고위원), "체포동의안은 정적 죽이기 문서"(강선우 대변인)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하는' 입장에서 못할 말은 아니다. 지난 2월 첫번째 영장이 청구됐을 때 이 대표가 "단 한 점 부정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던 것과도 이어진다.
당면한 문제는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다. 이르면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된다. 민주당은 표결 직전까지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논의한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일단 지키고 보자'는 의견이 늘었다고 하지만 대세론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궁지"라는 박광온 원내대표의 전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민주당의 고민이 드러난다.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은 한 사람이다. 애초에 이 대표의 단식은 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거나 투표 자체가 무산되면 단식이 결국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냐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조사 출석 요구 다음날부터 단식을 시작한 것을 두고도 이미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늦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 싸움의 법적인 결론은 결국 법정에서 난다. 하지만 정치적 결말은 그보다 훨씬 전에 날 수도 있다. 단식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정공법이 필요한 이유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냐의 문제를 떠나 "영장 청구 땐 제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던 이 대표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우회로로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2월 이미 경험했다. 야당의 법이, 이 대표가 살 길이 세상의 법과 다를 순 없다. 법이 아니라 정치로 맞설 일이라면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이대로는 법치도, 정치도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심재현 법조팀장(차장)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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