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중소 건설업체 뇌관될 것" 정부 대책 필요성 대두

정영희 기자 2023. 9. 20.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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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24호'에 따르면 올 2~3월 이후 시중금리가 다시 상승추세로 전환됨에 따라 부동산시장 흐름 변화 가능성도 예견되며 중소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부동산금융발 시장 충격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사진=뉴스1
올 초 물가 안정을 위해 하향 조정되는 것으로 보였던 시중금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유지로 다시금 상승장에 진입하며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한 위기가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PF 의존도가 높은 지방 중소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잠재적 부실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인 부동산 PF 시장 회복을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가파르게 치솟던 시중금리가 정부의 신속한 시장안정화 조치로 올 2월까지 하향 전환됐지만 4월 이후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금리 반등 이유로는 ▲미국 긴축기조 장기화와 추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심화 ▲지난 7월 발생한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채권매도 확대 ▲은행채와 한전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우량채권 발행물량 확대 등이 지목된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포함 각종 대출금리 역시 일부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부터 기업대출 금리는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또한 전반적인 금리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성 규제 정상화 조치에 따른 시중은행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으로 금융기관 간 수신금리 경쟁이 심해졌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채무만기가 도래하면서 금리 상승압력이 커졌다"며 "특례보금자리론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금리부담 완화조치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신속한 금융시장 내 유동성 공급과 부동산 규제 완화, 시중금리 상승 억제 노력이 더해지며 부동산 금융시장발 시스템 위기 촉발 가능성이 단기적으로 차단됐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공사비 인상 부담과 지방·비수익형 부동산에서의 저조한 분양 흐름이 지속되며 다수의 지역 기반 중소 건설업체들이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중 대량으로 부실화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이 참여한 대부분 사업장에선 건설업체가 대주단에게 책임준공과 조건부 채무인수 또는 연대보증 약정을 제공해 놓은 상태다. 지난 1~2년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과 노조파업 등으로 공기가 불가피하게 지연되면서 적지 않은 시공사들이 책임준공기한 도과로 인한 채무인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이미 채무인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무인수 약정 등이 없는 사업장에서도 기한이익상실 선언 유예의 대가로 대주단이 시공사에게 채무인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금리상승세 반전으로 부동산시장 흐름 변화 가능성도 예견된다. 지난해 말 시행된 부동산 규제완화와 연초 특례보금자리론, 일부 은행의 3%대 주택담보대출 공급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금리상승과 중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커지며 최근 부동산시장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개선되며 공급 측면에서 분양물량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시공사의 경영 위기 현실화로 인한 시장 충격에 대비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수의 중소 건설업체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공사비가 예정공사비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데 이어 금융기관들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외부로부터의 자금조달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내부 여유자금이니 타 공사장으로부터의 유입자금, 신탁사업의 경우 신탁계정대 자금 투입 등을 통해 책임준공에 필요한 자금을 어렵게 조달하고 있다.

추후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책임준공기한 도과에 따른 PF 채무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중소 건설업체는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1개 시공사가 여러 사업장에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고 공사비 상승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기간이 2020년도 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공이 집중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여러 중소 건설업체가 도산에 직면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PF 부실채권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일을 막고 시장충격 발생 억제와 실제 충격 발생 시 여파 최소화를 위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지역 중소건설사 참여 사업장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대주단협약과 관련, 대상 사업장 범위를 확대하면서 대주단이 개발사업 부실에 따른 손실을 시공사와 일정 부분 분담하는 구조로 대주단협약 내용 개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브리지론과 착공 전인 본PF사업장으로 국한된 사업재구조화 대상을 확대하고,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위험헤지 장치를 제공하거나 정부출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현재 운영 중인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의 지원범위를 일부 본PF사업장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중소 건설업체들의 자금조달 애로를 완화시켜주기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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