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선거법 위반 재판 증인에 수차례 위증 요구”

검찰,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뉴스1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위증 교사(敎唆)’ 혐의와 관련해 이 대표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증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증언 내용을 수차례 전달하면서 ‘이렇게 얘기해 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위증 교사 혐의는 이 대표가 지난 2002년 ‘분당 백궁 파크뷰 의혹’을 KBS PD와 함께 취재하며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해 형사 처벌을 받은 사건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이 대표는 “검사 사칭을 하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허위 사실 공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본지가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당시 이 대표가 증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김병량 측), KBS 측하고 얘기해서 내가 주범인 걸로 해주면 고소를 취소해 주기로 합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하자, A씨는 “기억 안 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나에게 덮어씌워야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주장을 A씨에게 다시 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가 “어떤 취지로 증언해야 되느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텔레그램으로 변론 요지서를 A씨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틀 뒤 이 대표가 A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증언 내용을 말했지만 A씨는 “그 내용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A씨에게 “구체적인 내용은 알 필요가 없고 그때 KBS 측하고 성남시 측하고 그런 식의 협의가 많았다고 이야기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등으로 말하며 위증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증인 A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한편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혐의와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5~6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이재명) 도지사와 동행 방북해 협약식 내용을 공개하면 쌍방울그룹은 30대 재벌이 무조건 된다”고 말하며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내게 했다는 내용도 영장 청구서에 나왔다. 또 쌍방울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내는 과정에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보고했다’는 내용도 영장 청구서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사건의 로비스트 김인섭씨와 지속적으로 연락한 정황도 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이 대표는 작년 2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김씨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고, 김씨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0년 이후 이 대표와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2016년 6월 서울 광화문에서 이 대표가 단식 농성을 할 때 김씨가 위로 방문을 왔고 당시 이 대표가 김씨에게 ‘형님, 나 때문에 고생 많습니다’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5년 4월 김씨 딸 결혼식에도 이 대표가 축의금을 냈다고 한다.

검찰은 이번에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무기징역과 100억원에 달하는 추징금과 벌금형이 함께 선고될 수 있다고 영장 청구서에 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