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하고 킬러문항 장사, 교사 24명 고소·수사 의뢰
교육부가 수능과 모의 평가 출제에 참여한 뒤 ‘킬러 문항’을 사교육 업체에 팔았거나 ‘킬러 문항’ 판매 경력을 속이고 수능과 모의 평가를 출제한 현직 교사 24명을 경찰에 고소한다고 19일 밝혔다. 업무 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이 교사들과 거래한 사교육 업체 21곳도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 교사가 수능 출제 경력을 이용해 입시 업체와 거액의 ‘킬러 문항’ 거래를 하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는 8월부터 사교육 업체에 킬러 문항을 납품하는 등 영리 행위를 한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했는데 총 322명이 신고했다. 이들 중 2017학년도 이후 수능과 모의 평가 출제에 참여한 교사를 조사한 결과 24명의 불법 혐의를 적발했다.
적발된 24명 중 4명은 사교육 업체에 킬러 문항을 판매한 경력을 숨기고 수능과 모의 평가 출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출제자 규정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수능 관련 상업용 교재를 집필한 사람’은 참여할 수 없다. 출제 위원은 ‘3년 내 교재 집필 경력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그런데도 4명은 교재 판매 경력을 속인 채 수능·모의 평가 출제에 들어간 것이다. 교육부는 이들이 국가 중요 시험인 수능 출제 업무의 신뢰성을 해치고 관련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교육부는 또 수능과 모의 평가 출제진으로 참가한 경력을 이용해 사교육 업체에 입시 문제를 팔고 5년간 5000만원 이상을 받은 교사 22명을 적발했다. 최대 5억원을 받은 교사도 있다. 교재 판매 경력을 속인 출제진 4명 중 2명은 수능 후 킬러 문제까지 팔았다가 걸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은 단순히 (입시 관련) 문항 출제 대가로 보기 어렵다”며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 경력을 알리고 몸값을 높였거나 수능 출제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업체에 유출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사교육 업체가 수능 출제에 들어간 교사들을 파악한 뒤 입시 문제를 사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가 수사 의뢰하는 사교육 업체 21곳에는 대형 입시 학원과 ‘일타 강사’도 포함됐다. 수능 출제 교사들은 학원에 문제를 납품하기도 하지만 유명 강사 개인과 직접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교육부의 이번 조사는 영리 행위를 자진 신고한 교사 322명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정부가 국세청 자료 등을 바탕으로 조사 범위를 넓힐 경우 수능 출제 경력으로 ‘킬러 문항’을 납품해 거액을 챙긴 교사는 더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김정연 정책기획관은 “현재 감사원이 광범위한 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연루된) 교사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 문제 자체의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수능 출제진은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합숙소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사실상 ‘감금’ 상태이므로 문제를 빼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수능 출제진이 자신의 교재에서 문제를 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능은 (출제진) 500명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문제를 내기 때문에 한 개인이 주장하는 문제가 그대로 나오긴 쉽지 않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문제 유출을 밝히려면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제와 실제 수능 문제를 일일이 대조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진 못 했다”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어 모의고사 문제를 출제하는 업체가 ‘병역 특례 업체’로 선정돼 전문 연구 요원을 배정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업체를 고발하기로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규정도 고칠 계획이다. 병무청 조사 결과, 서울 대치동의 국어 모의고사 출제 업체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등을 한다며 과학기술부 추천으로 병역 특례 업체가 됐다. 그런데 배정된 전문 연구 요원은 프로그램 개발이 아니라 국어 모의고사 지문을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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