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부동산 통계, 文정부가 정확? 민간이 실거래가에 더 근접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정권 초부터 약 4년 5개월에 걸쳐 100회 가까이 주택 가격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는 감사 결과가 지난 15일 공개되자 당시 정권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부동산원의 통계가 실거래가와 가장 가깝고’ ‘KB국민은행 통계는 호가(팔려고 내놓는 가격) 중심으로 정확성이 떨어지며’ ‘통계를 사전에 받아본 것도 시장 불안 상황임을 감안하면 불법이 아니다’라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본지는 부동산원의 실거래가 통계를 직접 분석하고, 관계 법령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이들의 주장을 검증했다. 그 결과 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원의 매매 가격 지수는 실거래가 통계와 오히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데이터가 실거래가와 가장 비슷해 더 정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 정부 인사들의 반박 근거는 사실 왜곡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①부동산원 통계가 민간보다 정확?
통계 조작 논란의 첫째 쟁점은 공공과 민간 중 어느 통계가 더 정확한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 및 장관급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가격만 집계하는 실거래가 지수, 호가를 반영한 부동산원과 KB의 매매 가격 지수 통계를 비교해 “부동산원 통계는 변동 폭이 작고 실거래가에 근접한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통계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가장 부합하게 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실거래가와 비교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재임 기간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해당 통계들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값은 부동산원 집계로 19.4%, KB 집계로 61.7% 올랐다. 같은 기간 실거래가 지수는 94.5% 상승했다. KB가 부동산원보다 실거래가 통계에 가깝다. 연도별 서울 아파트 값 변동을 따져봐도 결과는 같다. 2018년 실거래가 지수(18%)와 KB(13.1%)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부동산원의 상승률은 6.7%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사의재 주장과 달리 문 정부 기간 KB 통계가 더 정확했던 것이다.
②KB 통계는 호가만 집계?
둘째 쟁점은 공공과 민간의 통계 조사 방식이다. 사의재와 민주당은 KB 통계가 호가 중심으로 집계돼 실제보다 집값이 부풀려질 수 있으며, 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견돼 호가 집계를 배제하는 식으로 가격 조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원과 KB의 조사 인력을 통해 확인한 결과, 두 기관의 표본 수나 구성은 달라도 조사 방식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B와 부동산원 모두 실거래가와 호가를 함께 참고해 ‘거래 가능한 가격’을 도출한다. 부동산원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실거래가가 없으면 매물 가격(호가)을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동산원은 본사 소속 조사원 320여 명이 통계를 만드는 반면, KB는 전국 1만1000여 협력 중개업소가 입력한 값을 본사에서 검증해 통계로 만든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표본으로 삼는 아파트에서 실거래가 없으면, 주변 아파트의 매물 가격(호가)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KB 관계자는 “실거래가를 최우선으로 활용하고 거래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호가를 참고하고 있다”며 “왜곡을 막으려고 본사 차원의 모니터링도 한다”고 말했다. 표본 수는 KB가 6만3000가구로 부동산원(3만2000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③사전 유출 VS 정당한 지도·감독
감사원은 문 정부 청와대가 부동산원에서 매주 목요일 공표되는 주간 통계를 집계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로 전주 금요일에 보고받은 것을 통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적 하자는 없으며, ‘정당한 지도·감독 활동’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통계법에서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일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경제 위기, 시장 불안 등으로 대응이 시급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사의재는 2020년 초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미증유의 팬데믹이 우리나라를 덮쳐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주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무려 4년 5개월간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어떤 이유라도 통계 변경을 목적으로 미리 받아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4년 넘는 기간 수십 번 넘게 통계에 개입했는데, 이걸 모두 위급 상황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정치인이 의도적으로 미리 통계를 들여다보고 손을 대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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