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산·아빠 찬스·역사관 문제 된 이균용, 사법수장 자격 없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10억원대 재산 신고 누락부터 농지법 위반·자녀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 후보자는 “송구스럽다” “그렇게 인식하지 않았다” “몰랐다”며 시종일관 불분명한 변명과 석연찮은 법리 해석으로 피해나갔다. 일반 판사가 상식적으로 가져야 할 잣대에도 한참 못 미친 해명이었다. 양파 껍질 까지듯 이렇게 위법 사안과 의혹 제기가 많은 대법원장 후보자는 없었다.
이 후보자는 10억원에 달하는 가족의 비상장 주식이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누락된 사실을 자진 공개하며 ‘재산에 관여하지 않는다’ ‘법 개정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몇년에 걸쳐 누차 안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거짓해명 의혹이 제기됐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판사 말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후보자는 여기에 가족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1억원이 추가로 확인됐다. 재산 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많은 72억여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도 위법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강남에 살면서 부산 지역 농지를 산 것이다. 이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은 없다”고 했다. 공직자 재산 신고나 농지법 위반에 대해 타인에게는 엄격한 판결을 내리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내로남불’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아들의 김앤장 인턴 채용, 자녀 해외 재산 미신고와 건강보험법 위반 논란,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이른바 ‘아빠 찬스’로 특권을 세습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 과거 판결과 발언 역시 도마에 올랐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내린 관대한 감형 판결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한 판결”이라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후보자는 또 건국일이 1948년 8월15일이라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청문회에서 고집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는 헌법 전문을 단순 “역사적 기술”로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간 이 후보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시각을 드러내 최근 윤석열 정부의 극우이념적 시각과 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에 대해 ‘친한 친구의 친구’라고 밝힌 바 있다. 이틀간 열리는 인사청문회의 첫날 청문을 보면, 과연 이 후보자가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중립성, 기본권·약자 보호를 결연하게 지킬 수 있는지 신뢰할 수 없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자신이 왜 사법부 수장으로 적격한지 성실하게 해명하고, 자신에게 달린 위법 사안과 역사관 의혹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후보자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
사법부 독립 의지를 밝히지 못하고 도덕성 검증을 회피하는 사법수장 후보자는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엄정히 검증받아야 하고,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불행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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