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끝나지 않은 공기업 파티
억대 연봉자들 수두룩 눈살
수장엔 정치인 출신 낙하산
개혁 이끌 동력 찾을 수 없어
공기업은 공공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운영하는 기업이다. 정부가 각 기관에 고유한 사업 영역을 부여하고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 주인이 없는 기업인 만큼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경영해야 한다. 적자를 낼 경우 그 빚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 부채는 2020년 28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2조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364.2에서 499.6까지 치솟은 것이다. 가스공사는 올해도 가스요금 인상이 지연되며 13조원의 미수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막대한 빚더미에도 억대 연봉자가 즐비하다. 지난해 한전 직원 3589명, 가스공사 직원 1415명이 1억원 이상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한전 직원(2만3563명)의 15.2, 가스공사 직원(4126명)의 34.3를 차지한다. 전기 요금 인상,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데 빚투성이 에너지 기업 직원들은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인 셈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기재부의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각각 D, C 등급을 받았다.
문제는 낙제점을 받아 대대적인 구조조정, 쇄신 작업이 필요한 두 에너지 공기업 수장 자리를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이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1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김동철 전 의원을 제22대 사장으로 선임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한데도 한전 역사 60여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수장이 됐다.
지난해 임명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도 마찬가지다. 코레일 사장 출신으로 에너지 분야 경력이 없는 최 사장은 1차 공모 당시 면접에서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탈락했는데, 재공모를 거쳐 사장이 됐다. 김동철, 최연혜 사장 모두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최 사장은 코레일 사장 당시 “임기 3년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도하차하고 비례 대표로 여의도행을 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최 사장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내년 총선 정국까지 맞았다. 전기, 가스 요금을 올리지 않고 에너지 공기업 부채를 줄일 수는 없다. 정치인 출신 사장들이 자신들을 ‘낙하산’으로 보낸 대통령실, 정부 여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 요구를 밀어붙일 수 있을까. 전임 한전 사장은 문재인정부에서 10차례 요금 인상을 요구했는데 딱 한 번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공기업 정상화보다는 표 계산, 여론에 휘둘리는 게 정치권의 속성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약속했다.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공기업이 수두룩하다는 건 그 약속이 공염불이 됐다는 증거다. 공기업 개혁을 진두지휘할 수장들을 전문가가 아닌, 낙하산 인사로 채우니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다. 그들만의 파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파티 비용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갈 것이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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