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美 웨스팅하우스에 승소… 독자수출 날개 다는 ‘K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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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미국에서 전기가 처음 보급될 때 송전 방식으로 교류가 옳은가, 직류가 맞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직류파(派)' 거두였고, 반대편 '교류파'엔 요즘 전기차 브랜드로 이름이 유명해진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있었다.
테슬라를 고용해 에디슨을 패배시키고, 전기시장을 교류로 평정해 '커런트 워(current war·전류 전쟁)'의 승자가 된 기업이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창업한 전기회사 '웨스팅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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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가전, 방위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던 웨스팅하우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원자력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개발 원조까지 받아 한국 정부가 1968년 처음 발주한 원전 입찰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제너럴일렉트릭(GE) 및 영국, 캐나다 기업과 경합했다. 이듬해 1월 웨스팅하우스의 가압경수로형 원전이 최종 낙점됐다.
▷이렇게 ‘고리 1호기’ 사업이 시작됐고, 1971년 첫 삽을 뜬 원전 건설은 7년이 걸렸다. 10·26사태 한 해 전인 1978년 원전 준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다. 당시로선 한반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었고, 한국은 세계 22번째 원전 보유국이 됐다. 한국 원자력 산업에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 이유다.
▷좋은 인연에서 출발한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의 관계가 복잡해진 건 최근 일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형 원전(APR1400)을 작년 10월 웨스팅하우스 측이 문제 삼았다.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라 수출 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술이 한국형 원전에 포함돼 있다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한수원이 수출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그제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미 원자력에너지법이 수출 통제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했을 뿐, 민간기업에 권리를 준 것은 아니라는 한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을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돼 독자 수출의 길이 열렸다. 다만 지식재산권 분쟁은 별도 사안이라 갈등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주인이 바뀐 웨스팅하우스는 2005년에도 매물로 나왔다. 한국의 두산중공업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일본 도시바가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 우라늄 채굴 기업인 캐나다 카메코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한국도 언제까지 선진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횡포에 시달리기만 할 순 없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답게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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