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사망` 손정민 사건…풀어야 할 `331 영상`의 비밀

박양수 2023. 9. 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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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서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의 2주기를 추모하는 꽃과 사진이 한강시민공원에 걸려 있다.
사건 당시 손 군이 강비탈로 추락한 뒤, 미상의 인물이 곧바로 따라내려갔다가 3분 뒤 혼자 다시 올라와 좌우로 이동하며 강비탈을 살피는 모습이 찍힌 영상의 캡처..
사건 당시 오전 4시 31분에 친구 A씨가 현장을 혼자 빠져나오는 모습.
사건 당시 오전 3시 37분 목격자에 찍힌 친구 A씨의 사진.

지난 2021년 4월 25일 친구의 부름을 받고 집 근처 한강공원에 나갔다가 5일만에 차가운 물 속에서 발견된 고 손정민군 사망 사건. 이른바 '한강공원 사망 의대생' 고(故) 손정민 씨 사건은 2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실체적 진실 규명에 도달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에 배당돼 있다.

2년전에 청원인 10만명을 달성한 재수사 국회청원은 그 심의 기간이 내년 5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그런 가운데 아직도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외치는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와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밝혀져야 할 의혹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되는 핵심 의혹은 사건 당일 새벽 3시 31분에 찍힌 CCTV 영상이다.

◇ '331 추락 영상'과 故 손정민군 후두부의 좌열창 의혹

지난 9월 3일 부산의 한 법정에선 엘리베이터에서 50대 남성을 밀어 넘어뜨려 숨지게 해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배 기사 B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B씨는 지난 1월 밀린 배송을 하던 중, 주민 C씨가 욕을 하면서 B씨의 짐수레를 발로 차자 C씨를 밀쳐서 넘어뜨렸다. 넘어지면서 뒤통수를 땅에 부딪힌 C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며칠 뒤 숨지고 만다.

이 사건을 놓고 검사와 B씨의 변호인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검사는 B씨가 C씨를 다치게 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상해 치사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B씨의 변호인은 B씨가 C씨를 밀친 직후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한 점 등을 보면 애초에 다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상해치사가 아닌 폭행치사로 죄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과 소방에 의해 작성된 일지를 보면, B씨에게 밀쳐져 뒤로 넘어진 C씨는 머리를 단단한 바닥에 부딪혀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B씨가 119에 신고하면서 CPR을 시행했고, 정신을 차린 C씨는 귀가했다가 병원으로 이송돼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한다.

'한강공원 사망 사건' 당시 상황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손정민씨는 공원 안쪽에 있다가 강비탈쪽으로 빠른 속도로 떨어졌고, 2곳의 후두부 좌열창을 입은 채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손 씨와 함께 있다가 따라내려간 인물의 속도에 비해 손씨가 추락한 속도는 2.23배 빨랐다는 사실이 전문가 분석에 의해 입증됐다.

앞선 부산 재판의 사례에선 검사 측과 변호사 측이 미필적 고의의 가부를 놓고 다투면서, '밀친 직후 구호행위를 했는지의 유무'가 쟁점이 됐다. 다시 말해, 구호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한 상황에선 최소한 폭행치사 또는 상해치사가 성립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건 당시 손 씨가 추락할 당시 함께 있던 친구 A씨가 혼자서만 올라와 강비탈 위를 좌우로 오가며 살피는 모습이 폐쇄회로에 찍혀 있다. 또한 3시 37분에 찍힌 목격자의 사진에는 현장을 친구 A씨가 혼자 있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새벽 4시 27분 A씨가 혼자 현장을 벗어나는 모습이 확연히 녹화돼 있다. 손씨가 추락할 당시 접촉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으니 구호 행위 없이 혼자 자리를 이탈한 행위 만으로도 최소한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게 합당하지 않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서초경찰서의 담당 형사는 이 추락 영상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이상하죠. 그런데 그 입을 어떻게 열어요?"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부산 재판의 경우 비록 구호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수술을 두 차례 받기까지 생존했던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넘어짐'의 최후 목격자인 피의자에게 묻고 있다.

새벽 3시 31분의 영상은 많은 의혹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손 씨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는 '의혹의 시각 331'이 다른 각도에서 찍힌 CCTV를 임의로 삭제하는 이해 못할 행위를 저지르고 만다.

새벽 3시 37분에는 '손군이 잠들어 일어나지 않는다'는 통화를 했던 피의자의 사진이 목격자에 의해 찍혔다. 친구 A씨는 변호사 선임 후 '7시간 통 블랙아웃'을 주장했지만, 변호사를 대동하기 전이었던 사건 다음날 '331 추락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친구 A씨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던 신발과 티셔츠를 사건 다음날 버렸다. 또한 손 씨의 휴대전화를 점유해 집으로 가져갔고, 날이 밝아 손 씨 어머니의 애타는 전화를 두번이나 받지 않고 '블랙아웃' 상태로 사건 현장을 배회했다. 따라서 '331 영상'에 대한 진실을 명확히 밝히는 게 한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의혹을 명쾌하게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건 검찰의 몫이기도 하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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