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국내 최대 돔구장 건립 공식화…야구의 6년은 아득한 ‘세월’, ‘새집’ 기다리다 ‘뿌리’ 흔들
홈경기 어디서 치를지 ‘대안 부재’
고척·수원·문학 나눠쓰기도 한계
매 시즌 원정경기만 144회 치러야
선수·팬 교체 ‘문화 이동’ 불가피
선물 앞에 두고 야구계 전체 고민
6년 세월이면 나라를 움직이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는 5년,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프로야구도 6년 세월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프로야구를 끌고 가는 중심 세대는 물론 관련 문화도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잠실 종합운동장 부지에 첨단 스포츠·전시 컨벤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 중 하나로 잠실야구장 자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돔구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프로야구에는 ‘큰 선물’이었지만 좋은 소식만 들린 것은 아니었다. 잠실야구장을 함께 쓰는 LG와 두산이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 공사 기간 어디에서 홈경기를 해야 하는지 ‘대안’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서울 구단 키움 히어로즈가 쓰고 있는 고척스카이돔과 KT의 수원구장, SSG의 인천 문학구장을 절묘하게 나누어 쓰는 방안이 정리되지 않은 선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한두 시즌만 보내면 될 ‘미봉책’으로 감내하자면, 두 구단 모두 ‘캠핑’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버틸 수도 있겠지만 6시즌을 지속해야 한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나오는 대책대로라면, 두산과 LG는 6년간 매 시즌 원정 경기만 144경기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구조와 정서를 읽는다면, 프로야구에서의 6년 세월은 엄청난 무게감이 있다. 6년이면 정규시즌에만 대략 1200만명 관중이 잠실야구장을 찾는 시간이다. 더구나 잠실구장은 LG와 두산, 두 구단 팬만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이 아니다. 10개구단 팬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는 서울 시민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간 축적된 잠실야구장 문화가 긴 세월 실종되면 프로야구 전체 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
구단별 중심 세대도 대폭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구단별 사정에 따라 감독부터 두세 번은 교체될 수 있다. 구단별 주축 선수 흐름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시간이다. 일례로 6년 전인 2017년 정규시즌 개막전 LG 라인업에 포함된 이름 중 여전히 LG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오지환뿐이다. 두산은 2017년 개막전 선발 멤버 중 양의지, 김재환, 김재호, 허경민 등이 지금도 주축으로 있어 비교적 변화 폭이 작았지만 이미 새 세대를 맞는 과도기에 이르러 있다.
양 구단 주요 관계자들은 “새 구장은 반갑지만, 지금 나오는 방법으로 6년을 버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며 “두 구단이 함께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야구장으로 임시 사용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불가 방침을 내리고 있다. 대규모 공사로 인해 통로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두 구단을 포함한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서울시에서 이미 확보한 재난 전문가 견해를 살피되 안전 관리 전문가그룹의 폭을 넓혀 한번 더 방책을 연구해 보자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두산과 LG는 지난해 여름에도 세계적인 전기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이 종합운동장과 주변 그 일대에서 벌어지는 동안 임시 통로 하나만으로 시즌을 이어가기도 했다.
잠실돔을 기다리는 마음이 ‘새집’을 기다리며 임시 거처를 찾는 마음과 같을 수 없다. 자칫 프로야구는 새 하드웨어를 기다리다 구성 소프트웨어 상당 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 두 구단의 ‘6년살이’는 몇 사람의 일이 아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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