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북대전 IC팔, 욕 아닌데요”···숨진 대전 교사 후임도 당했다

김태원 기자 2023. 9. 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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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세상을 등진 가운데 그가 병가를 낸 사이 후임으로 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를 겪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대전교사노조가 밝힌 기간제 교사 A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9년 11월 당시 이른바 '문제 4인방'인 4명의 학생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A씨는 당시에 담임을 맡았던 숨진 교사가 학생들의 교권 침해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에 들어간 사이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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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4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세상을 등진 가운데 그가 병가를 낸 사이 후임으로 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를 겪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대전교사노조가 밝힌 기간제 교사 A씨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9년 11월 당시 이른바 '문제 4인방'인 4명의 학생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A씨는 당시에 담임을 맡았던 숨진 교사가 학생들의 교권 침해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에 들어간 사이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35년 경력의 A씨는 "보통 1학년 학급은 해맑고 명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당시 학급은 문제로 거론되는 '4인방'의 기가 너무 세서 다른 학생들이 주눅 들어 있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기간제로 출근한 첫날 관리자를 포함한 부장님들이 B군을 포함한 4명의 문제 학생을 건들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B군은 뭘 해도 내버려 두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며 “(초등학교)1학년을 맡는 선생님은 학교라는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되도록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특정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다.

A씨는 “특히 B군의 경우 학교를 자주 오지 않았고, 현장 체험학습 신청을 수시로 제출한 탓에 수업 공백으로 학습 능력이 부진했다”며 “하루는 학생을 가르치는 중에 B군이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북대전 IC팔···북대전 IC팔’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A씨가 “지금 욕을 하는 거냐?”고 말하자 B군은 “‘그냥 북대전 IC를 얘기한 거예요’라고 답했다”며 “너무 충격을 받아서 더 이상 가르치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충격으로 A씨는 당시 B학생의 교과 지도를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이 밖에도 '4인방' 중 한 학생이 다른 친구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으며 괴롭히는 행동을 하자 따로 불러 지도를 한 A씨는 관련 일로 학부모 민원을 받아야 했다.

A씨는 관리자로부터 해당 일로 학부모가 기분 나빠한다고 전달받았다.

A씨는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 더는 기간제 근무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애초에 근로 기간을 한 달 반으로 계약했지만 A씨는 20일도 근무하지 못한 채 그만둬야 했다.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유족들이 9일 오전,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 영정사진을 들고 들어서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35년 차 기간제 선생님도 감당하기 힘드셨을 만큼의 고통을 고인이 된 선생님은 혼자 감내하셨다"며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없고 선생님 혼자 싸우고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와 대전교사노조는 오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에 대한 순직 인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고인이 된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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