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에 살해된 장애 삼형제, 20여년간 집에 갇혀만 살았다
20대 형제들, 초교 입학 기록 없어…10대 후반에 장애 등록
심각한 장애에도 방문 교육만…치료비 등 신청 없어 방치
부모가 외출 막아 이웃들 “한번도 본 적 없다, 이름도 몰라”
삼형제의 전남 영암군 집은 마을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정자에서 250m쯤 떨어져 있었다. 야트막한 야산 밑 컨테이너와 샌드위치 패널 등을 엮어 만든 집이다. 인근에 집이 서너 채 있지만 외졌다. 경찰 통제선 너머 마당에는 고철과 고장 난 보일러, 각종 자재 등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승합차 1대와 낡은 1t 트럭도 보였다.
20대 삼형제는 이 집에서 아버지 김모씨(59)와 어머니(56)와 함께 지난 15일 오후 3시54분쯤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버지가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
삼형제는 주변의 기억에서도 빠르게 잊혀갔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친척은 경찰의 부검이 끝나자마자 삼형제를 비롯한 가족들의 시신을 모두 화장했다. 장례 절차는 없었다.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죽임을 당한 삼형제보다 아버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지난 18일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다 끝난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 아버지가 불쌍하지”라고 했다. 김씨는 9900㎡ 정도의 논에서 농사를 지었고, 손기술이 좋아 마을 주민들의 보일러나 농기구 등을 수리해주곤 했다. 주민 여럿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하지만 삼형제에 대해 주민들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주민은 “대소변도 못 가리는 아이들이라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학교도 안 다녔다. 이름도 모른다”고 했다. 10여년을 살았다는 다른 주민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삼형제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각각 29년, 26년, 23년 동안 살았다. 모두 심각한 발달장애가 있었다. 첫째는 자폐성 심한 장애(1급), 둘째는 지적 심한 장애(1급), 셋째 역시 자폐성 심한 장애(1급) 진단을 받았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삼형제를 돌보기 위해 어머니도 출입문을 닫았다. 마을 주민이나 집배원 등이 찾아오면 부모는 밖으로 나오려는 삼형제를 들여보내곤 했다고 한다.
왜소한 체격의 어머니는 다 자란 장애 청년 셋을 혼자 돌봤다. 경찰과 관계당국은 “어머니가 장애등록은 돼 있지 않지만 ‘경계성 지적장애’가 의심된다는 주변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형제들의 집에서 유일하게 외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한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다.
삼형제는 아버지 손에 살해될 때까지 세상과 접촉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태어난 이후 특수학교를 비롯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선천적 장애가 있었지만 모두 청소년기를 지난 이후에야 장애인으로 등록됐다. 첫째는 18세가 되던 2012년 1월, 둘째는 15세가 된 같은 해 10월에서야 장애인으로 등록됐다. 셋째 역시 16세가 되던 2016년 3월 ‘심한 장애’로 등록됐다. 형제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이 늦어지면서 유아기와 청소년기 특수교육 등 혜택도 받지 못했다.
삼형제는 2016년에야 특수학교에 등록했지만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부모는 ‘재택학급’을 신청했다. 재택학급은 특수교사가 가정에 직접 찾아와 순회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하루 4시간씩 1년에 150일 방문교육을 받지만 형제들은 교육 시작 시점이 너무 늦어 정상적인 교육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특수학교 학생으로 등록되면 교육청이 통학비용과 방과후 치료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데도 형제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1인당 매월 최고 2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 삼형제의 부모는 아무런 신청도 없었다”면서 “형제들이 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특수교육을 받았다면 (장애 상태가)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다른 지원도 거의 받지 못했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은 ‘주간보호서비스’ 등을 통해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전문 돌봄 인력이 찾아가는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한 달에 120시간 이상 서비스가 가능했지만 이 역시 단 한 차례도 요청하지 않았다. 첫째와 둘째는 2017년과 2020년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6개월 동안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아 자격이 중지됐다. 셋째 역시 올해 4월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이용하지 않았다.
삼형제가 정부로부터 받은 유일한 지원은 1인당 34만원씩, 매월 받는 102만원의 장애연금이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아버지가 지원 가능한 서비스들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현행 체계에서는 보호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이들을 지원할 방법이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중증 장애인이 3명이나 있는 이례적인 ‘고위험 가구’였지만 삼형제 가족을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지원하는 ‘전라남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도 삼형제와 관련된 지원 요청 등은 없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삼형제가 처했던 상황에 대해 ‘명백한 장애인 학대’라고 지적했다. 조지현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가 있는 자녀들에게 아무런 외부 활동이나 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집에만 있도록 한 것은 명백한 ‘장애인 학대’”라면서 “이런 사정을 누군가가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면 조사와 개입을 통해 비극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고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관련 기관들이 문제가 우려되어도 개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이웃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평생을 ‘그림자’로 살았던 삼형제는, 결국 믿었던 아버지에 의해 살해당해 ‘한줌 재’로 사라졌다. 삼형제가 살던 집은 ‘노란 경찰 통제선’이 쳐진 뒤에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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