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위성정당 올라탔던 조정훈, 1순위 영입한 ‘무원칙’ 국힘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현역 의원 1호 인재로 영입한다고 19일 밝혔다. 국민의힘은 조 의원을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자신이 만든 당을 탈당해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했다. 이런 꼼수를 통해 그는 국회의원이 됐지만 선거법 취지에 반하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민주당 편에 서서 국회의원이 됐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반대에 앞장서는 등 현재의 여권 편에 서는 무원칙한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초선임에도 입당과 탈당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4차례 당적을 바꾼 조 의원을 국민의힘이 외연 확대를 이유로 1호 인재 영입한 것에 대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무원칙한 영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인 회계사 출신으로 세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조 의원은 2016년 2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두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인재 영입 형식으로 입당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 의원은 이후 민주당을 탈당한 뒤 2020년 2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두달 앞두고 시대전환을 창당했다. 3040 전문가들이 모여 실용정치를 추구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조 의원은 “이번 총선은 ‘구정치 판갈이’”라며 “정치꾼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조 의원의 정치 행보는 스스로 솎아내야 한다던 구태 정치꾼의 낡은 관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조 의원은 2020년 3월 10일 기자회견에서 “꼼수 위성정당을 내세운 미래통합당, 뒤늦게 비례연합 참여로 선거법 개정 취지를 저버린 민주당 모두 국민을 좌절케 하는 선택지”라고 위성정당을 비판한 지 6일 만에 시대전환을 탈당하고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했다. 결과적으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지만, 선거법 전문가들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꼼수 정당’에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당 등이 참여함으로써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성 후에는 다시 시대전환으로 복귀했다. 탈당을 하면 의원직이 박탈되는 비례대표 신분 때문에 ‘더불어시민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합당에 반대한다’는 형식상 반대를 표명하고 더불어시민당에서 ‘꼼수 제명’되며 시대전환에서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반대하며 “탐욕이 인간을 망치는 장면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격하게 됐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2020년 2월 시대전환을 창당하며 “기득권만을 위한 정치인과 어떤 연대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대전환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조 의원은 이후 친민주당 정치 행보를 보여 왔다.
21대 국회 전반기 조 의원은 양극화 해결책으로 “부루마블 한 바퀴 돌면 20만원 주는 것이 기본소득”이라며 기본소득법을 대표 발의했다. 코로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처음으로 주장하며 국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정권 정책 기조도 지지했다.
2021년 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무주택자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고 당시 이재명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기본소득 동맹’을 제안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무상 시리즈’를 홍보해 온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후 “완주할 마음이 아니라면 출마하지 않았다”던 조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단일화를 하며 후보직을 내려놨다. 대신 의원직은 유지했다. 정치권에서는 “원내 1인 신생 정당으로서 조정훈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의원은 21대 국회 후반기 들어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가 변경되면서 급격하게 친국민의힘 성향을 드러냈다. 2022년 4월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검수완박을 한다고 부패권력 척결이 가능하겠느냐”며 반대했다. 범민주당 출신 조 의원이 검수완박에 공개 반대하며 언론의 주목도 받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민주당 성향으로 활동했던 조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사실상 친윤 성향의 범여권 인사로 분류됐다. 2022년 9월 국회 법사위의 유일한 제3당 의원으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던 조 의원이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막아선 게 결정적 계기였다. 조 의원은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법사위 처리를 막아섰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어떻게 국회에 들어왔는지 생각해 보라”고 할 정도였다. 민주당 위성정당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놓고 왜 민주당 당론에 반대하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조 의원이 막아선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을 신속 처리 안건으로 올려야 했다.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도 이 대표 사퇴를 초기부터 적극 주장하며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출신 인사가 민주당을 비판하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시작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달 초 조 의원은 서울 마포갑 지역에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실용 정치를 표방한다는 구호지만 조 의원의 원칙 없는 정치 행보는 양쪽 진영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인재 영입이 어렵다는 현실이 있더라도 당 지지자들이 그의 오락가락한 정치 행보를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 의원과 시대전환을 창당한 이원재 전 공동대표는 조 의원의 여당 영입 소식에 “너무나 황당하고 참담하다. 국민의힘과 (시대전환은) 전혀 가치를 공유할 수 없는 정당”이라며 “가치와 국민은 없고 탐욕과 협잡만 남은 우리 정치의 추잡한 단면”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20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였을 때 대립했던 민주당 출신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문재인 정부 때 국세청장을 지낸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개그맨 출신 김영민씨 등의 영입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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