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임자" "사퇴를"… 여야, 이균용 청문회 극한대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19일 "사법부의 최우선인 무너진 사법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재판의 지연이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법사위원회의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재판 지연의 문제는 한 사람의 영웅이 나와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단기적으로 그 해결이 쉽지도 않을 것이기에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정상화할 적임자라며 치켜세운 반면 야당은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은 앞서 법원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재판지연'으로 비판받은 것에 공감을 표하고,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법원에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김 대법원장 취임 첫해인 2017년 전국 법원 민사 1심 사건 중 2년 내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장기미제사건)은 5345건이었으나 2022년 1만 4428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이 후보자는 또한 "지나온 사법부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사법행정 사무의 감독권이 지나치게 행사되거나, 방임적으로 적절하게 행사되지 않아 사법신뢰 상실의 한 원인이 됐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사법행정 사무의 감독권을 헌법 정신에 맞게 적절하게 행사해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단순히 효율성만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조직으로 법원을 재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이 후보자를 집중 공격했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와 달리 이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하다.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재적 과반이 출석하고 이 중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야당 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자신의 재산신고 누락 등에 대해 "공인으로 처신에 주의를 기울여 왔지만,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재산신고 등과 관련해 미비한 점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위원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이 후보자가 지난 2000년부터 처가가 운영하는 회사의 10억원 규모 비상장주식을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재산은닉'으로 보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억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것은 재산은닉이 아니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은닉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몰랐다"고 답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하자, 이 후보자는 "가액이 10억원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000년도에 증여받은 비상장주식은 당시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이 후보자에 대해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김형동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이 시점, 김명수 대법원장, 그 시절이 맞지 않나"라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을 바로 세울 수장으로서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 또한 본인이 '정통 보수 법관' 성향으로 평가받으며 불거진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부당한 영향을 받거나 편향된 방향으로 사법부를 이끌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관이 자신의 진영논리가 원하는 쪽으로 이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면 사직서를 내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자는 대전고등법원장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법관은) 적어도 자유의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끊임없는 자기 확인을 통해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면서 "모든 법관은 법의 지배에 따라야 하고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그것을 보호하고 실행해야 하며 법관으로서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떤 정부나 정당에도 맞서야 한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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