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아들에게 물려줘야 하나요?” 회사 승계 ‘올인’한 회장님

2023. 9. 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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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서 오너의 경영 승계는 특별한 이슈는 아니다.

많은 제약사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지분을 상속하는 일은 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차츰 3세 경영 체제를 갖추는 곳이 많은데 대부분 회사 지분 10%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며 "1%도 안되는 3세의 회사 지분은 극히 적은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회장 일가가 지분을 모두 가진 가족 회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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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한독 회장[한독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약업계에서 오너의 경영 승계는 특별한 이슈는 아니다. 많은 제약사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지분을 상속하는 일은 흔하다. 다만 누가봐도 미심쩍은 방법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법은 대중의 질타를 받을 일이다. 중견 제약사 ‘한독’이 3세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독은 업력 70년을 가진 국내 대표 중견 제약사다. 김신권 창업주가 1954년 ‘연합약품’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초기에는 외국 제약사 제품을 수입해 판매했다. 독일 제약사 ‘훽스트’, 다국적 제약사 ‘아벤티스’ 등과 파트너를 맺었다. 현재도 자체 개발보단 외국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도매 역할이 주다. 일반인들이 알만한 제품으로는 소화제 '훼스탈', 진통소염제 '케토톱', 숙취해소제 '레디큐' 등이 있다.

한독은 연결 기준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다. 지난해 매출 5437억원, 영업이익 28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690억원 매출에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상장사인 백신 기업 ‘제넥신’ 지분 15%를 갖고 있고 비장상사로는 한독테바, 칼로스메디칼, 엔비포스텍, 이노큐브 등이 있다.

충북 음성에 있는 한독 캠퍼스 모습[네이버 블로그 화면 갈무리]

회사는 현재 고(故) 김신권 창업주의 장남인 김영진(67) 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20대 후반인 1984년부터 회사에 들어와 2006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한독 지분 13.65%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김 회장의 2남 중 장남인 김동한의 한독 지분은 0.02%에 불과하다. 김동한은 30살 때인 2014년부터 한독 경영조정실에 입사해 현재 상무까지 승진했다. 누가 봐도 김 회장의 다음 후계자로 점찍은 인물이다. 하지만 낮은 지분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차츰 3세 경영 체제를 갖추는 곳이 많은데 대부분 회사 지분 10%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며 “1%도 안되는 3세의 회사 지분은 극히 적은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번 더 들여다보면 김동한 상무의 한독에 대한 지배력은 이미 갖춰진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독의 최대주주는 ‘와이앤에스엔터내셔날’이라는 법인이다. 한독 지분 17.69%를 갖고 있다. 김 회장 지분(13.65%)보다 많다.

전자공시시스템 보고서에 나와 있는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종합무역업,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업, 교육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2001년 설립됐다.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이 당시 4억원의 자본금으로 한독 사옥에 만든 회사다. 김 회장과 동생(김석진)이 대표를 겸했고 김 회장 부인도 이사를 맡았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사업보고서 중 주주 현황[전자공시시스템]

그런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설립 후 한 번도 매출을 낸 적이 없다. 사실상 이름만 있는 페이퍼컴퍼니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한 상무다. 김 상무의 지분은 31.65%다. 김 회장은 5%만 갖고 있다. 이 밖에 김 회장 아내와 동생, 김 상무의 동생(종한) 등이 63%를 갖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 일가가 지분을 모두 가진 가족 회사인 셈이다.

구조를 보면 김 회장 일가가 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한독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김 상무를 최대주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은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 만들어진 이듬해, 김 상무가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10대 시절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데 한독도 이름뿐인 회사를 통해 3세가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보여진다”며 “다음 세대 승계가 비난할 내용은 아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보이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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