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 교사-입시학원 유착고리 나왔다… 24명 고발·수사의뢰
교사 22명과 사교육업체 21곳은 수사의뢰
수능 공정성 흔들... 교육부 "유출은 불가능"
'병역특례업체' 지정된 사교육업체도 고발
현직 교사 24명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수능 모의평가(모평) 출제위원 참여 전후로 입시학원과 학원강사에게 문제를 만들어 팔고 거액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개최한 뒤 이들 24명 가운데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22명(2명은 고소 대상과 중복)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한다고 밝혔다.
문항 판매 사실 숨기고 출제위원 위촉
교육부에 따르면, 고소 대상 4명은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사실을 숨기고 수능과 모평 출제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모평 출제위원은 최근 3년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서약서를 내야 하는데, 이들은 문항 판매 사실을 감추고 서약서를 낸 것이다. 3명은 수능·모평 출제를, 나머지 1명은 모평 출제를 했다. 교육부는 이들이 평가원의 수능시험 관련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어 평가원과 함께 고소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허위 서약서를 낸 만큼 업무방해 혐의가 매우 명확하다"고 했다.
수사의뢰 대상 22명은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다음에 사교육시장에서 문항 장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는 청탁금지법 위반, 정부출연기관법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수능 출제 교사는 출제 기간 인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할 의무가 있다. 이들 중 2명은 출제위원에 위촉되기 전에도 입시업계와 문항 거래를 한 혐의가 있어 고소 대상에도 올랐다.
24명 중 다수는 억대 금액을 수수했고 최대 5억 원 가까이 받은 교사도 있었다. 수능 및 모평 출제위원으로 5, 6차례 참여한 '베테랑'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 몸값이 더 높았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능·모평에서 킬러문항을 출제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난도 문항을 학원에 팔아 거액을 챙겼을 거란 의심도 나온다. 소속 학교에 겸직 허가를 받고 문항을 제공한 교사는 2명에 불과했다. 겸직 신고를 했더라도 직무와 상충되는 영리행위는 징계 대상이다.
교육부는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사들인 사교육업체 21곳(유명 강사 포함)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여기엔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입시업체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1일부터 2주간 영리행위를 자진신고한 현직 교사 322명 명단을 수능·모평 출제자 명단과 비교해 고발 및 수사의뢰 대상을 추렸다. 나머지 298명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등 조치를 받을 예정이다.
수능 공정성 저하… 교육부 "미리 못 챙겼다" 사과
수능 출제 이력이 있는 현직 교사들과 사교육시장 간 유착이 확인되면서 수능 신뢰도 역시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차대한 대입 시험에서 공정성 확보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교육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당국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며 "과거 이런 과정을 미리 못 챙겨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내부 프로세스 등에 의심을 갖고 되짚었어야 했다"며 "이번 기회에 미진했던 점을 드러내고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교육부는 수능 문제가 입시업계에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출제 기간 여러 명이 문항을 계속 검토하며 수정·보완하기 때문에 특정인이 의도한 문제가 수능에 그대로 출제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감사원과 협의해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을 구성할 때 문항 판매 전력이 있는 교사를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항 판매 교사의 수능 출제를 막을 제도 개선안도 연내에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교사와 학원가의 은밀한 유착을 사전 확인할 방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선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만드는 사교육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면서 업체 소속 전문연구요원이 모의고사 문항 제작 업무에 투입된 정황도 공개됐다. 병무청은 실태조사를 통해 당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배치된 요원이 국어영역 모의고사 지문 등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업체를 고발하고 해당 요원은 복무 연장 및 수사의뢰 조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업체의 전문연구요원 배정 추천을 제한하기로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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