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뒤집고 ‘킹’ 될까…‘아픈 손가락’ 소주에 재도전하는 정용진
저도수가 대세인 시장에서 마니아층을 겨냥해 고도수 소주를 출시했는데 성공적인 차별화 전략이 될지, 또 다른 실패 요인이 될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19일 주류·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 제주사업소에서 생산된 소주 ‘킹소주24’가 오는 21일부터 전국 편의점 이마트24에서 판매된다. 40만병 한정 생산되는 기획 상품이며 360㎖ 병당 가격은 2400원으로 책정됐다.
외관 디자인은 만화가이자 방송인인 기안84가 맡았다. 기안84는 라벨에 인기 웹툰 ‘패션왕’과 ‘복학왕’ 등에서 주인공 캐릭터로 유명한 우기명을 그려 넣었다. 젊은 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함으로써 신제품에 대한 이질감·거부감을 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이한 점은 알코올 도수가 24도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새 주류시장에서는 술을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소주 제품들의 알코올 도수가 16도 안팎으로 낮아졌는데 신세계엘앤비는 이와 정반대로 고도수 제품을 출시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소주 제품들의 알코올 도수는 ▲참이슬 후레시 16.9도 ▲보해소주 16.8도 ▲처음처럼·좋은데이 16.5도 ▲진로이즈백·처음처럼 새로 16도 ▲선양 소주 14.9도 등이다. 하이트진로가 마니아층을 겨냥해 출시한 참이슬 클래식도 20.1도에 그친다.
지난해 봄부터 가을께까지 시장을 휩쓴 원소주의 알코올 도수도 22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신세계엘앤비의 신제품은 그야말로 ‘역주행’이다. 신세계엘앤비는 저도주 인기 속 고도주 마니아를 공략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서는 평가가 교차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원소주가 혜성처럼 등장해 소비자들이 처음 맛봤을 때도 알코올 도수가 독하다는 평이 많았다”며 “원액 그대로 마시기엔 부담스러운 도수이다 보니 토닉워터나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 형태로 즐기는 사례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굴의 소주 1위 기업인 하이트진로도 최근 몇 년 새 주요 제품들의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일부 증류주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0도대 중반”이라며 “(신세계엘앤비의 신제품은) 소주 1위 기업이 진단한 시장의 흐름과 정반대 행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이같은 도전이 신세계엘앤비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단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 주류 수입사 관계자는 “애초에 하이볼 등 섞어 마시는 형태를 노린 술이라면 (알코올 도수) 24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주를 소주로 마시지 않고 하이볼로 즐기는 시대에서 24도짜리 소주는 일명 ‘안섞어파’를 위한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주류업계 전반이 모든 걸 섞어서 달게 마시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세계엘앤비가 노린 것도 바로 이점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190억원을 들여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바 있다. 제주소주의 생산 라인으로 술을 빚어내면서 이마트와 이마트24 등 계열사 유통망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푸른밤’을 출시했지만, 제주소주의 연매출이 50억원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영업적자를 거듭하던 제주소주는 결국 신세계엘앤비에 흡수됐고, 소주 사업은 중단됐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고민한 끝에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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