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낸 세수 ‘펑크’에 당신의 대출이자는 왜 높아질까요? [홍길용의 화식열전]

2023. 9. 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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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빚 관리위해 국채발행 회피
기금 자산 매각해 세수부족 변통
시중 자금 흡수해 채권금리 자극
외평채권 내년 발행한도 18조원
국채 발행과 유사, 금리상승 요인
日금리 싸도 대규모 조달엔 한계

올해 나라 살림에 큰 ‘펑크’가 났다고 한다. 정부는 “다른 선진국들도 세수 예상 크게 틀렸다”며 어떻게든 나라 빚을 늘리지 않고 부족한 돈을 변통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면 경제 온도가 내려갈 것이란 걱정이 곳곳에서 나온다. 그런데 경기에 앞서 이미 세수 부족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국고채 금리는 모든 만기에 걸쳐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만기 은행채 수익률도 4.8%를 넘어 역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주담대 등 은행 대출금리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가계대출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다시 크게 늘었다.

은행채 금리 상승 이유로는 지난해 10월 금리가 폭등했던 당시 유입됐던 예금을 지키기 위한 수신금리 인상을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채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고채 금리 상승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미국 탓으로 온전히 돌리기도 어렵다. 이달 국고채 금리 상승 폭은 미국 보다도 오히려 더 크다.

나라 살림에 차질이 생기면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돈을 빌리는 게 일반적인 해결책이다. 우리 정부는 6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세수 공백을 국채 발행 없이 메우려는 놀라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공적기금에 빌려준 돈을 돌려 받고, 잉여금과 불용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왜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려고 할까? 나라 빚을 최대한 늘리지 않겠다는 각오일 수 있다. 국채 발행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해 정부는 물론 민간의 이자 부담을 높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국채를 발행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최근 정치권 상황을 보면 꽤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세수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법인세다. 내년 기업이익은 올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법인세수는 오히려 더 줄어들 것(79.7조원→77.6조원)으로 예상된다. 만성적인 세수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빚을 안 내려면 기금을 계속 털어 쓰거나 나라 재산을 팔아치우는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기금들은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관리된다. 공자기금은 재정융자 등 공공목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 공급하고 국채의 발행 및 상환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치됐다. 기금과 재정을 연결하는 ‘허브(hub)’여서 각 기금에 배분된 자산을 회수하는 경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기금은 정해진 목적에만 사용되는 돈이다. 정부가 기금을 부족한 재정을 충당할 비상금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애초 공자기금 설치 목적과는 꽤 거리가 있는 편법이다. 정부는 마침 기금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고도 설명한다. 그렇다면 그 동안 기금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것일까?

어쨌든 정부는 이미 기금을 털어 쓰기 시작했다. 기금의 여유자금은 대부분 채권이나 유가증권 형태로 존재한다. 시장에서 팔아야 현금이 된다. 가현금수요가 많은 분기말, 추석까지 앞둔 상황에서 기금에서 현금을 빨아들였으니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 다가 올 연말도 현금수요가 많은 시기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해도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더니 내년 예산안에 원화 외평채 발행한도를 18조원으로 정했다. 그 동안 정부는 외평채 대신 국채를 발행해 외평기금을 조성해왔다. 외평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데 따른 시장 영향은 사실상 국채를 더 찍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재정에 당겨쓴 외평기금을 채워넣기 위해 정부는 지난 9일 처음으로 해외에서 엔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다. 세수가 부족하자 국내 채권시장 대신 일본 자금시장에서 돈을 빌려온 셈이다. 정부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인 평가로 인기가 높았고 그 덕분에 싼 값에 조달했다고 자랑했다.

외평채 발행액 700억엔 가운데 가장 많은 3년물 금리가 0.475%였다. 0.23%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됐다. 전체 금리의 절반이 가산금리다. 일본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나라다.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한 지난 7일 3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0.062%였다.

이번 외평채 발행금리는 일본에서 최근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본드 중 최저였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 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발행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 신용등급은 AA(S&P 기준)로 일본(A+)보다도 두단계나 높다. 꽤 높은 가산금리 외에 흥행의 또다른 이유도 있다.

일본의 올해 경제 성장율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높고 경상수지 흑자도 크게 늘고 있다. 증시도 크게 상승했다. 일본 중앙은행도 긴축적 통화정책으로의 대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달러로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상당한 환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글로벌 투자자가 지난 6일 1억 달러를 148억엔으로 환전해 이번 3년 만기 대한민국 외평채에 투자했다고 치자. 3년 뒤에 원리금은 169억엔이 된다. 만약 3년 뒤 1달러의 엔화 가치가 120엔으로 높아졌다면 이 투자자는 1억4000만 달러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환차익 덕분이다.

반대로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영국 보다 먼저 긴축에 들어갔지만 금리 수준은 가장 낮다. 무역수지도 불안하다. 올해 우리나라 국채를 가장 많이 순매도 한 나라가 일본이다. 8월에는 미국을 제외한 해외투자자들 대부분이 우리 국채를 순매도했다. 영국이 최대였고 일본이 2위 였다.

풀면 일본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화로는 우리나라에 돈 빌려주기를 꺼린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서 엔화로는 선뜻 빌려주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 거래가 그들에게 그만큼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 된다. 실제 이번 외평채로 조달한 엔화는 환손실 위험 때문에 원화로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도 이번에 조달된 엔화는 엔화로만 운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외평기금은 외국환을 매매나 금융회사 예치·예탁·대여 외에도 내국 및 대외 지급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한일 통화스와프(SWAP)가 존재하고 양국간 무역결제 규모가 상당해 700억엔 정도는 충분히 쓰일 것으로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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