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내견 30년, 미래 30년 동행 이끈다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9.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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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건희 안내견 학교 기념식
新경영과 함께 안내견 학교
"시간 지나면 옳았다 할 것"
국민 인식변화 이끌어내고
총 280마리 시각장애인 도와
홍라희·이재용 등 행사 참석
19일 경기 용인의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학교 설립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윗줄 왼쪽 둘째)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윗줄 왼쪽 셋째)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삼성

"비록 지금은 현실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10년이나 20년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는 이 회장이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사업'을 시작했던 1993년 당시 소회가 기록돼 있다. 그는 이 에세이에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사회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라며 "안내견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복지 마인드를 한 수준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적었다.

삼성은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이건희 회장이 남긴 혜안과 이후 30년에 걸친 삼성과 사회 전반의 노력을 조명했다.

이후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80마리의 안내견을 분양했고, 현재 76마리가 활동 중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립 당시의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은 '뚝심'으로 안내견학교 설립을 밀어붙였다. 1993년 6월 신(新)경영을 선언한 이후 석 달이 지난 같은 해 9월이었다.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비행기 탑승에 처음으로 성공했을 당시 이건희 회장의 소회도 이 에세이에 기록돼 있다.

그는 "1995년 외국 사례와 국제법 조사 자료를 들고 우리 직원들이 쫓아가 항공사 측을 설득했다"며 "안내견의 대중교통 탑승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안내견은 생후 훈련기간 2년과 활동기간 7~8년, 은퇴 뒤 노후 돌봄 등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삼성의 안내견학교 사업은 30년간 사람들의 사회봉사에 대한 시각을 바꿨다.

강아지의 사회화 훈련을 돕는 '퍼피워킹', 견사 관리를 돕는 자원봉사, 은퇴 안내견의 노후를 돌보는 은퇴견 입양 봉사 등에 참여한 가정이 2000여 가구에 달하며 견사 자원봉사자도 300여 명에 이른다.

안내견 동반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공공장소 출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률 개정과 시각장애인 동반 입출국 안내견에 대한 광견병 항체검사 예외 규정 적용 등 제도적 변화도 이끌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재용 회장과 홍 전 관장이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내 안내견학교 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자원봉사자인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등 안내견의 생애와 함께해온 이들이 참석했고 조 장관, 시각장애인 파트너이기도 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등도 자리했다.

행사에 참석한 윌리엄 손턴 세계안내견협회(IGDF) 회장은 "삼성은 지난 30년간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안내견을 훈련시켜왔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은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신념, 그리고 모든 이들의 사랑과 헌신이 삼성 안내견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 같은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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