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 50대 쏠림 우려에 … 현대차 노사 '연령할당제' 전격합의
전기차 일감 갈수록 늘어나
울산 전기차 신공장 인기
3040 근로자 70% 배치하기로
현대차 노조 50대가 주도권
노조가입률 하락·생산직 줄어
노조 변화 수용하며 전격 합의
◆ 현대차의 인력배치 실험 ◆
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 전기차 신공장에 '연령별 인력 할당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수용한 이유는 노조 안팎에서 '장년층 독식' 비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사가 연령별 인력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마더팩토리'가 될 울산 전기차 신공장에는 정년퇴직을 앞둔 장년층 인력이 대거 포진할 수밖에 없다. 마더팩토리란 제품 연구개발(R&D)과 제조의 중심이 되는 핵심 공장을 뜻한다. 기존 배치전환(공장·부서 이동) 기준을 적용하면 근무연수가 상대적으로 짧은 젊은 직원들은 울산 신공장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해도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현대차 노사가 2006년 명문화한 배치전환 기준은 '입사 시점'을 가장 중요시한다. 배치전환을 희망하는 인원이 소요 인원보다 많으면 장기근속자가 우선권을 갖는 구조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공장은 첨단 제조공법을 활용하는 동시에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 경쟁력을 이어가야 한다. 신구 조화와 전체 인원의 역량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인 울산 신공장은 현대차 기술직(생산직) 직원들이 선호하는 근무지로 꼽힌다. 현대차 전동화 계획이 추진될수록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은 일감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울산 신공장에선 일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술직에게 일감이 줄어든다는 것은 잔업·특근 감소로 급여가 줄고, 나아가 고용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조립에 필요한 부품이 적고 공정이 단순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1대에는 부품 약 3만개가 들어가는 반면, 전기차는 1만9000개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공장에 필요한 생산 인력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면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독일 내 6개 공장에서 전체 근로자 약 12만명 중 최대 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포드는 앞으로 3년간 유럽에서 직원 3800명을 감원하고, 르노그룹은 내년까지 2000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전동화 전환 완료 시점인 2035년까지 이 같은 고용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울산 신공장 건설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동화 전략에 따라 추진된 계획일 뿐 아니라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사항이기도 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현대차 노사는 '국내 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
이 합의서에는 신공장 차종 이관 등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고,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부문 고용 보장 방안과 연계한 직무 전환 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 노조가 연령별 할당제를 이견 없이 수용한 배경에는 기술직 내 세대갈등을 피한다는 명분 외에도 갈수록 줄어드는 노조 가입 비율과 기술직 비중이 꼽힌다. 아직까지 현대차 노조 내 주도권은 울산에서 근무하는 50세 전후 기술직들이 갖고 있지만, 이들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이퍼캐스팅 도입, 다기능·다목적 생산 공장 건설 등 미래 지향적인 계획에 노조가 무작정 반기를 들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최대 단일 노조라는 수식어와 달리 현대차에서 노조의 위세는 해마다 위축되고 있다. 현대차 국내 임직원의 노조 가입 비율은 2012년까지만 해도 74.1%에 달했지만 2020년부터 70% 아래로 떨어졌고, 이제는 5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의 전체 국내 임직원 중 기술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의 국내 고용 인원은 2012년 5만9831명에서 지난해 7만3431명으로 10년 사이에 23% 증가했다. 현대차에선 2021년부터 해마다 생산직 근로자 약 2000명이 정년퇴직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가 줄고 있는 반면 연구직·사무직군은 젊은 직원들로 신규 충원되고 있다.
올해까지 현대차 노사는 5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지난 18일 현대차 노조가 전체 조합원 4만4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찬성률 58.8%로 가결됐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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