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씨 봉투에 필로폰이…

필리핀서 마약 밀반입 일당
경찰 적발…190억원어치

필로폰을 해바라기씨 봉투에 담아 국내에 밀반입하고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19일 서울동대문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필로폰 5830g을 필리핀에서 국내로 밀반입하고 유통·매수한 이들 8명을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필로폰 5830g은 시가 190억원 상당으로 19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이들의 은신처 등에서 약 4만5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1213g과 엑스터시 20정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엑스터시는 해외에서 밀반입한 것이 아니라 유통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나머지 필로폰 4617g을 수사 중이나 국내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전 이권규 동대문경찰서 형사2과장은 동대문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당의 범행 수법을 설명했다. 이 과장은 "필리핀 상선은 텔레그램으로 고액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고 이를 통해 국내에 필로폰을 밀반입한 뒤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구속된 주부 A씨(46)는 건당 50만~1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받고 8회에 걸쳐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적게는 500g, 많게는 800g까지 해바라기씨 봉투에 담은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했다. A씨는 필리핀에 도착한 후 상선이 보낸 해바라기씨 봉투를 자신의 배낭에 담아 입국해 전철, 고시원, 빌라 옥상 등에 봉투를 놓고 인증한 뒤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필리핀 상선에게 필로폰을 구매한 유통책은 각각의 장소에서 봉지를 챙기고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 "처음에는 마약인 줄 몰랐으나 나중에 봉투 안에 마약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현재 필리핀에서 마약을 판매한 상선은 국적·성별·나이 등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필리핀 상선은 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받았다"면서 "이후 국제 공조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지안 기자]